트럼프 2기 북미 외교 재가동… 최종현학술원-허드슨硏, 6가지 시나리오 분석

[프레스나인]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북미 외교 복원론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7주년을 맞아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 회장)과 미국 허드슨연구소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의 북미 외교 재개 가능성과 전략적 변수들을 6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외교적 접근은 필수지만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 정부에 철저한 사전 조율과 중장기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이번 보고서는 북중러 연대 강화,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 그리고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신정부 출범 등 격변하는 외교 환경을 반영해 북미 외교 재개 가능성을 6가지 시나리오로 분류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정책 제언을 담고 있다.

미국 측에선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석좌를 중심으로, 프랭크 아움 前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제니 타운 38노스(38 North) 국장, 비핀 나랑 MIT 교수 등 안보 분야 주요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한국 측에선 전재성 서울대 교수가 대표 집필을 맡았으며,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실장 등이 정책 제언에 나섰다.

보고서는 “북핵 위기 대응에 있어 외교는 필수적”이라는 점에 집필진이 공감했지만, 세부 전략에선 견해차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군축·동결·평화체제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점진적 관여냐, 억제 우선이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프랭크 아움 전 선임연구원은 실질적 교환을 통해 외교의 모멘텀을 회복하자는 입장이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시험 중단과 미국의 연합훈련 축소, 전략자산 전개 감축을 맞바꾸는 ‘스몰딜(small deal)’이 유효할 수 있다”며, 일부 대북 제재 완화와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맞교환하는 단기적 합의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트럼프식 과감한 외교가 오히려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바이든 정부의 신중론이 오히려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적 평가도 함께 제기했다.

반면, 미국 MIT의 비핀 나랑 교수는 “지금의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대폭 고도화했으며,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제재 해제를 절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조급한 외교는 오히려 북한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SLCM-N(핵추진 순항미사일)의 한반도 전진 배치와 같은 실질적 억지력 강화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안보를 안정시키는 효과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나랑 교수는 “북핵 외교가 활발했던 시기(1994~2002년)는 북한이 핵실험 이전이라 지렛대가 없었던 반면, 현재는 상황이 정반대”라고 분석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가 배제돼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보고서 대표 집필자인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 대 행동’ 방식의 실질적 합의를 선호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이 협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한미 간 사전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북미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중장기 로드맵을 갖춰야 하며, 어떤 방식의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한미동맹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시기일수록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협상의 대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규 국방연구원 실장은 “북미 협상의 성공 여부는 한미 간 공감대 형성과 명확한 레드라인 설정, 북한의 합의 불이행 시 대응 조치 마련 여부에 달려 있다”며 “주한미군 감축은 결코 협상 카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종현학술원 김유석 대표는 “최근 국제적 관심이 관세·공급망 등 경제안보에 집중되고 있지만, 한반도 안보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돌발변수가 많다”며, “이번 보고서가 정책당국자들에게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와 정책 제언서는 최종현학술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