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재고 줄면서 가격 상승세… 기아 재고 67일로 급감

2025-06-17     나한익 기자

[프레스나인] 자동차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상했던 극적인 급등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신차 평균 리스팅 가격은 4만 8,883달러로 전달보다 0.5% 올랐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2%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평균 거래 가격도 4만 8,799달러로 한 달 전보다 100달러, 1년 전보다 1%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해 온 관세 정책이 신차 가격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실제로는 제조사별로 각기 다른 완만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공식 출고가 인상 대신 배송 수수료를 올리고 구매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실질 가격을 높이고 있어, 통계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인상’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재고 상황도 변화하고 있다. 6월 2일 기준 미국 내 신차 재고는 약 247만 대로, 한 달 전보다 0.6% 줄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12.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업계 평균 공급 일수는 70일로 전달의 67일에서 늘어났지만, 브랜드별 편차는 여전하다. 재규어는 업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재고를 보유해 공급 과잉이 가장 심각했으며, 아우디(126일), 랜드로버(114일), 현대차(112일), 램(109일), 마쓰다(107일), 폭스바겐(100일) 등이 뒤를 이었다. 'Just-In-Time' 방식의 생산 철학을 유지하며, 재고를 과도하게 쌓지 않는 전략으로 유명한 토요타와 렉서스는 각각 29일과 30일분만을 보유해 가장 타이트한 재고 수준을 보였다. 

기아자동차는 현재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기아의 신차 재고는 약 67일 분량으로, 전체 평균인 70일보다 짧다. 

업계 전문가는 “전면적인 가격 인상에 가장 먼저 나서는 브랜드가 시장의 ‘눈치 게임’ 속에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인상이 단행될 경우 수요가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을지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정책이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딜러들의 추가 수수료 부과까지 겹치며 소비자 부담은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가 본격적인 가격 급등 국면에 진입할지, 아니면 현 수준의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가격 급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국 브랜드별 재고(days). 자료/Cox Automo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