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긴 한국 민주주의, 이제는 제도화된 회복력 필요”
최종현학술원, ‘민주주의미래포럼’ 개최…권력구조·선거제 개편 등 제도 개혁 논의 “현 체제, 책임정치 어렵게 만들어…다당제 정착 위한 구조 개편 시급”
[프레스나인] 한국 민주주의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문제의식 아래, 정치·학계 인사들이 제도 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 방안을 모색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주의미래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그간 위기를 극복해온 한국 민주주의가 이제는 제도적 회복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 회장),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비상계엄 시도에도 헌법을 지키려는 국민의 열망과 헌법기관의 대응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은 시민적 참여와 관용을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이번 포럼은 민주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진단하고 제도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며 “민주주의는 타협과 견제 위에서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숙종 성균관대 특임교수는 “정당 지지자 간 적대감이 심화되고 있고, 양당 중심의 선거 구조가 유권자들을 극단 선택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팬덤 정치는 관용과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승자독식 선거제 개편 ▲다당제 활성화 ▲정치적 타협 구조 마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영상 발표를 통해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편향이 미국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한국 상황과도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콘텐츠 필터링을 사용자 중심으로 위임하는 ‘미들웨어’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요테루 츠츠이 교수와 디디 쿠오 FSI 펠로우도 “소셜미디어는 정치적 양극화를 촉진하는 핵심 도구”라며 “공공적 성격에 맞는 규제와 기술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선거제가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있다”며, “민주시민 교육 강화, 헌법 개정, 협치 가능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1987년 체제가 더 이상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대선거구제 도입 ▲정당 민주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개헌과 정치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선우 전북대 교수는 “현 대통령제는 국정 마비와 독주라는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며,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비례대표 확대 등 다당제를 위한 병행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선혁 고려대 교수는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실행 동력과 국민 합의는 부족하다”며 ▲시민 공론화위원회 상설화 ▲숙의 민주주의 기반 플랫폼 도입을 제안했다.
허성욱 서울대 교수는 “AI, 기후위기, 불확실성 등 새로운 변수에 대응하는 선택 구조가 민주주의의 미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민주주의는 유지가 아닌 개선의 과정”이라며, 한국이 더 이상 민주화의 성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제 개혁을 통한 제도적 정비, 정치 신뢰 회복을 위한 정당개혁,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