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사회적 가치도 거래하자”…WEF서 새 시장모델 제안

WEF 슈왑재단 총회서 세계 최초 ‘사회적 가치 거래’ 보고서 발표…韓 사회성과인센티브 10년 성과 주목

2025-06-19     정재로 기자

[프레스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해 사회문제를 시장 기반에서 해결하자는 구상을 세계무대에 공식 제안했다.

최 회장은 19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슈왑재단 총회 개회식 연설에서 “사회문제를 선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화폐 단위로 측정 가능한 성과와 그에 대한 보상이 결합돼야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확산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SK가 약 10년간 한국에서 실험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의 성과를 토대로 ‘사회적 가치 거래(Tradeable Impact)’라는 새로운 시장 모델을 공개했다.

◇ “사회문제 해결 성과, 크레딧으로 보상…시장서 사고팔 수 있어야”

이번 총회에서는 사회적가치연구원(이사장 최태원)과 WEF 슈왑재단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 '가치의 재정의: 성과기반금융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로'도 발표됐다. 보고서는 사회성과를 화폐적 단위로 측정하고, 그에 따라 기업이 크레딧(Credits)을 받아 시장에서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예컨대, 기업이 고령자 고용이나 폐기물 절감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정부나 시장이 그 성과를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해당 성과는 세액공제나 거래 가능한 크레딧 형태로 유통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과 동시에 기업가치 상승을 도모할 수 있으며, 정부는 직접 지출을 줄이고 민간의 혁신을 활용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투자수익이 열리게 된다.

최 회장은 “이윤과 사회혁신이 병행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이제는 선한 의지를 넘어 제도와 시장 시스템이 작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한국의 SPC 실험, 글로벌 벤치마킹 본보기로

이번 제안은 SK가 2015년부터 국내에서 운영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의 실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해 현금 인센티브로 보상하는 구조로, 지금까지 500개 사회적 기업이 참여해 약 5000억 원 규모의 성과를 창출했고, SK는 약 700억 원의 인센티브를 집행했다.

2025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SPC 모델이 소개되었고, 이번 슈왑재단 총회에서는 이를 시장 메커니즘으로 확대 적용하는 ‘사회적 가치 거래’ 개념이 공식 제안된 것이다.

◇ “한국, 사회적 기업 생태계 글로벌 학습의 장으로 부상”

이번 슈왑재단 총회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서울)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글로벌 사회혁신가 약 200명과 국내 사회적 기업가 50여 명이 참여해 사회혁신 전략과 기업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슈왑재단 프랑수아 보니치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은 정부·기업·시민사회의 협력으로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성장시켜 왔고, 이번 총회는 글로벌 학습의 장으로서 한국을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회를 맡은 사회적가치연구원 나석권 대표는 “SK의 SPC는 글로벌 민간기업 중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성과 기반 보상 시스템을 실현한 사례”라며 “이제는 국제사회도 한국의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과 측정과 보상을 넘어서, 사회문제 해결 기업이 시장에서 실질적 평가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회혁신과 시장의 접점’…슈왑재단과 SK의 협업

슈왑재단은 WEF(세계경제포럼)가 1998년 설립한 글로벌 사회혁신 네트워크로, 2024년 기준 120개 기관과 약 10만 명 이상의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서울 총회에는 Bayer, Google, Deloitte, Mastercard 등 글로벌 기업과 SK, CJ 등 국내 기업이 참여해 기업 중심의 사회문제 해결 전략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보고서 공동서문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는 단순한 금융 메커니즘이 아닌, 글로벌 경제와 사회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시도”라며 “사회와 시장의 접점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사회적가치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