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본부장 "퇴직연금, '세가지 원칙' 기억해야"

"무관심 해결해야 전체 수익률 개선될 것" "디폴트옵션, 선진국형 벤치마크해야"

2025-07-01     김보관 기자

[프레스나인]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43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퇴직연금을 향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뜨겁다. 

퇴직연금 시장의 참여자는 크게 은행, 보험, 증권업계로 나뉜다. 그중 적립금 규모로 증권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눈에 띈다. 프레스나인은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본부장. 사진/미래에셋증권

◇1위의 비결은 '높은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서비스'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43개 사업자 가운데 5위, 증권업계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과의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3~4년 전부터 연금에 관해 국민적인 관심도가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연금을 그냥 가입하고 놔둘 것이 아니라 투자해서 수익률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이어 '어디에 가입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하는 질문이 대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 전문 회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 것 같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익률이 전체 업권 1위를 기록했다. DC 기준 연 12.17%, IRP 기준 연 12.48%다. 더 나은 투자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선택을 돕는 다양한 상품과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노력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미래에셋증권은 포트폴리오 제공 서비스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고객들의 선택을 돕고 있었다.

"여러 상품을 제공하더라도 개인은 뭘 선택해야 할지를 알기 쉽지 않다. 이를 도와드리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는 크게 두가지다. 그중 하나가 'MP', 즉 '미래에셋 포트폴리오' 구독 서비스다. 미래에셋이 생각하는 연금투자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독자에게 무료로 추천해 준다. 3개월 단위로 리밸런싱이 이루어져 해당 시기에 적합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주체가 사람인 전문가냐 알고리즘이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MP 구독을, 로봇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원하면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가입 금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자산 배분, 적립식 투자, 장기 투자…'세가지 원칙'

퇴직연금 투자의 노하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 본부장은 '원금을 보장하며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대신 원금 손실을 낮출 세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자산 배분'이다. 퇴직연금에서 자산은 주식과 채권으로 배분할 수 있다. 똑같은 주식과 채권이라도 미국, 중국 등 국가별 자산 배분까지 함께면 더 좋다. 두번째는 '적립식 투자'다. 투자자가 자의로 매수 시기를 정하다 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특히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매수할 타이밍을 놓친다. 그보다는 정해진 금액과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끝으로 '장기 투자'다. 앞선 과정에서 아무리 잘해왔어도 내가 투자자산을 빼야 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저조하면 손실을 본다. 문제는 투자 기간이 짧을수록 그런 시간이 올 확률이 높다. 마침,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특별한 사유 없이 퇴직 전까지 찾아갈 수 없다. 퇴직연금이야말로 투자하기 좋은 자산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은 원금손실 가능성을 낮추면서 투자 수익도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퇴직연금의 인기 이면에는 무관심도 존재한다. 최근 퇴직연금 계좌의 낮은 수익률이 지적된 데에는 여전히 무관심한 가입자들의 잠든 자산이 한몫했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투자 문화가 개선이 됐지만, 아직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 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빨리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절세 혜택 받으면서 투자하는 계좌가 얼마 안 남았다. 세금이 적어지면 실질적인 수익률이 높다. 미리 시작해야 한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복리 효과를 볼 수 있고, 이는 곧 자산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언론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데, 거기서 말하는 수익률은 가입자 전체를 놓고 말하는 평균값이다. 그 안에는 매우 운용을 잘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시는 분들도 계시고 반대로 잘 운용을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평균값을 낮게 만드는 원인은 관심을 갖지 않고 놔두는 분들이다. 현금으로 놀고 있는 금액도 상당하다. '섣부른 투자보다 안전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안전한 것처럼 보여도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현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가상승률 헤지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투자 수익률은 가져가야 한다. 더 많은 분들이 물가상승률 플러스알파를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선진국형으로 개선되어야

퇴직연금 제도에 관한 논의도 지나칠 수 없다. 정 본부장은 디폴트옵션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논했다.

"최근에 퇴직연금과 관련한 핫이슈가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유는 가입자 중 상당한 분들이 현금으로 방치하고 있거나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골라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로자들이 공부하고 고르고 바꾸고 하지 않게 알아서 투자가 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디폴트옵션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디폴트옵션 상품도 공부해서 골라야 한다. 제도가 어불성설이 됐다."

정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디폴트옵션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타 국가의 대표적인 사례도 제시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디폴트옵션의 선택지 중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있다는 점이다. 원리금 보장 쏠림 방지를 위해 만들어 둔 제도의 선택지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또 있으니까, 문제가 반복된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크해야 한다."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미국식이다. 회사가 정하는 거다. 예를 들면 프레스나인에서 직원들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정하는 방식이다. 다음은 호주식이다. 회사가 정하지 않고 금융기관이 정한다. 직원은 어느 금융기관에 가입할 건지만 선택하면 된다. 일단 미래에셋증권을 선택하면 그다음은 미래에셋증권에서 책임지는 것이다. 둘 중 조금 더 바람직한 건 후자다. 금융기관과 달리 회사는 전문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혁신본부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인터뷰 말미에서 정 본부장은 다시금 '관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투자자들이 더 쉽고 효율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팁도 함께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건 관심이다. 혼자 결정이 어렵다면 금융기관 제공하는 포트폴리오 서비스 이용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린다. 이용 중인 금융기관이 맘에 안 들면 최근에는 그대로 옮겨가는 실물이전 제도도 있다. 적어도 나의 퇴직연금이 어디에 쌓이고 무엇으로 운용이 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