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엔지켐생명과학]④EC-18, ‘문어발 적응증’ 허송세월

녹용 추출물 EC-18, 유일한 후보물질...기술이전 전무 개발 적응증만 8개...2상서 유효성 입증 한 건도 없어

2025-07-14     임한솔 기자

[프레스나인] 바이오텍의 가치는 후보물질이 어떤 가치를 지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측면에서 엔지켐생명과학이 바이오텍으로서 갖는 가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일한 후보물질 EC-18이 아무 활약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진행한 여러 차례의 임상에서 안전성 이외의 의미 있는 데이터를 도출한 이력이 사실상 전무한 만큼, 앞으로도 기술이전 등 상업화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EC-18은 녹용에서 추출한 성분 PLAG(모세디피모드)를 화학적으로 합성해 재현한 물질이다. 엔지켐생명과학에 따르면 대식세포 활성화, 사이토카인 분비 조절, 케모카인 분비 조절 등 여러 효능을 갖는다. 2010년부터 양산이 가능해져 건강기능식품에 처음 적용됐다. 이후 2013년 코넥스에 상장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들인 시간과 노력, 비용에 비해 성과는 없다시피 하다. 다양한 적응증을 개척하고 있으나 대부분 초기 임상만 마무리하고 방치했거나 중단 및 실패한 상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EC-18에 대해 개발이 진행 중인 적응증은 ▲항암화학방사선요법 유발 구강점막염 ▲급성방사선증후군 ▲아토피 피부염 ▲코로나19 ▲방사선 유발 직장염 ▲면역항암제 병용 ▲건선 ▲비알코올성지방간염 등 8가지다. 

이 중 가장 개발이 진척된 구강점막염 적응증은 앞서 2021년 말 마무리된 미국 임상 2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정확히는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해 실패한 임상을 회사가 애써 성공했다고 포장하는 상황이다. 또 코로나19 적응증의 경우 202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 임상 2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사실상 취소된 프로젝트다. 

방사성 유발 직장염과 면역항암제 병용, 건선, 비알코올성지방간염은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고 보기 어렵다. 임상 1상이 완료됐다고 기재돼 있으나 이는 2016년 완료된 호중구감소증 적응증의 임상 1상을 근거로 추가적인 1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간주하는 내용이다. 즉 이들 적응증은 아직 비임상이나 그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 한다. 참고로 호중구감소증 임상 또한 2상에서 자진 중단이 결정됐다.

결국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인간 임상 2상까지 마무리해 EC-18의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셈이다. 물론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은 확인됐다. 그러나 치료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안전하기만 한 물질은 신약 후보물질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나마 뚜껑을 열어볼 적응증이 있기는 하다. 급성방사선증후군과 아토피 피부염이다. 급성방사선증후군은 인간 임상이 불가능해 영장류 시험을 위한 비임상이 진행 중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국내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적응증을 한 차례씩 '찍먹'하는 듯한 엔지켐생명과학의 전략은 남은 적응증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낮추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엔지켐생명과학 연구개발 현황. 자료/전자공시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