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SUV 시장, 가격 전쟁 격화…기아·현대 ‘인상‘
MG·하발은 정면 돌파…NEV 부담금 도입 후 제조사 대응 엇갈려
[프레스나인] 2025~2026년 파키스탄 연방 예산안 발표 이후 SUV 시장에 가격 전쟁이 재점화됐다.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신에너지차(NEV) 부담금’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며, 기아, 현대, MG, 하발 등 현지 생산 4대 브랜드의 엇갈린 전략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14일 파키스탄 경제지 Profit by Pakistan Today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NEV(New Energy Vehicle) 부담금으로, 휘발유 및 디젤 차량에 최대 3%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친환경차 전환을 유도하는 목적이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에도 동일한 세금이 적용됐다.
이 같은 과세가 촉발한 가격 전쟁에서 제조사들의 대응은 엇갈리는 양상이다. 기아는 가격을 전면 인상했고, 현대는 일단 가격을 올렸다가 일부 모델에 대해 깜짝 할인 정책을 단행했다. MG와 하발은 가격을 동결하며 내부 비용 흡수로 소비자 방어 전략을 선택했다.
기아 럭키 모터스는 NEV 부담금, 해상 운송비 상승, 파키스탄 루피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수익성 유지를 위해 대부분의 상승 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양상이다.
피칸토 AT는 15만 루피, 스토닉 EX+는 49만 9000 루피가 각각 인상됐으며, 스포티지 라인업 중 알파는 40만 루피 오른 889.9만 루피, FWD는 50만 루피 인상된 1049.9만 루피, 하이브리드 모델은 60만 루피 오른 1159.9만 루피로 책정됐다. 쏘렌토 HEV AWD는 1700만 루피를 넘겼고, 카니발은 700만 루피 인상돼 1820만 루피에 달했다. 다만 EV5 라인업은 전기차로 분류돼 NEV 부담금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 인상 없이 유지됐다.
현대 니샤트는 초기에는 NEV 부담금만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대상에는 투싼 하이브리드와 산타페 등 주요 모델이 포함됐다. 투싼 하이브리드 스마트는 22만 1000 루피 오른 1122만 루피에 판매되고 있으며, 산타페 스마트는 1285만 루피로 책정됐다. 산타페 시그니처 AWD는 기존 가격 대비 70만 루피가 할인된 1429.5만 루피에 제공되고 있으며, 이 할인은 7월 31일까지 한정된 프로모션으로 적용된다.
현대는 이후 ‘깜짝 유턴’을 통해 산타페 두 모델에 한해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이는 구세대 산타페를 여전히 판매 중인 점을 의식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경쟁 브랜드인 기아의 스포티지 최신 모델 출시, 하발의 H6 페이스리프트 무료 제공 등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조정으로 보인다.
국영 철강 제조업체 JW-SEZ 그룹과 중국 SAIC 모터스가 합작 설립한 MG 파키스탄은 최근 MG HS 트로피 모델의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종료하며 원래의 출시가인 839.9만 루피로 복귀했지만, NEV 부담금에도 불구하고 추가 인상은 단행하지 않았다.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며 세금 부담을 내부적으로 흡수한 MG는 고객 친화적 브랜드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즈가르 엔지니어링이 현지 생산하는 하발 브랜드는 NEV 부담금 도입 이후에도 단 한 차례의 가격 인상 없이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 출시된 H6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는 14.6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개선된 그릴,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선이 포함됐으나 가격은 동결됐다. 하발의 4륜차 판매는 5월에 919대(전월 대비 67%↑), 6월에는 1300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SUV 가격 전쟁은 단순한 세금 전가 논쟁이 아니라 시장 점유율을 놓고 벌이는 생존 경쟁이다. 현지 업계는 이 전쟁이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버티는 자’가 승리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세금·물류비 등 불확실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