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의결권]DB김준기재단, 김준기 회장이 살려낸 DB 의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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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의결권]DB김준기재단, 김준기 회장이 살려낸 DB 의결권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05.22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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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시행 이틀전 전량 매각
김준기, DB 의결권 16%로 김남호와 유사 수준 회복
김준기 창업회장 1주당 3413원 출연한 동부CNI 주식, 주당 1030원에 취득
DB그룹의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 지분과 의결권 제한 현황(자료: 국세청 공익법인 현황공시).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DB(옛 동부CNI) 주식은 출연 당시 처분이 어려운 투자유가증권으로 분류돼 취득원가로 회계처리됐다. 재단이 출연자인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유상매각한 가격은 무상출연한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DB그룹의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 지분과 의결권 제한 현황(자료: 국세청 공익법인 현황공시).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DB(옛 동부CNI) 주식은 출연 당시 처분이 어려운 투자유가증권으로 분류돼 취득원가로 회계처리됐다. 재단이 출연자인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유상매각한 가격은 무상출연한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준기 DB그룹 동일인, 창업회장 겸 DB김준기문화재단 설립자.
김준기 DB그룹 동일인, 창업회장 겸 DB김준기문화재단 설립자.

 

[프레스나인] DB그룹의 공익법인 DB김준기문화재단이 그룹 지주회사 격인 DB의 의결권 지분을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절묘한 시점에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DB그룹 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재단 설립자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공익법인에 맡겨둔 지분을 서둘러 회수했다는 평가다. 재단 측은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의결권 지분을 매각했다는 입장이지만, 수년간 보유하고 있었고 처분이 사실상 불가능해 취득원가로 인식하고 있었던 계열사 지분을 단순한 자금운용 측면에서 처분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처분가격도 출연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재단이 설립자의 뜻에 따라 지분을 처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22일 국세청에 따르면 DB김준기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28일 DB 의결권 지분 864만4280주 전량을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1주당 1030원, 총 89억400만원에 처분했다.

재단 관계자는 "배당금도 적고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수익률에 도움이 돼 처분했다"면서 "주무관청에 기본재산 처분신고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주무관청인 서울교육청도 "기본재산 처분신고서를 받아 허가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DB김준기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DB 의결권 지분은 옛 동부CNI 주식으로 재단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다. 단순한 수익률 측면에서만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주식이 아니다. 때문에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시행일(2022.12.30)을 앞두고 서둘러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간 경영권 갈등설 상황에서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해당 주식을 매각하면서 김준기 창업회장의 경영권 지분이 안정화됐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다. 개정안은 2022년 12월30일부터 시행됐다. DB는 상장회사라서 의결권 전면 제한은 아니고, 임원 임면과 합병 등에서 발행주식총수의 15% 한도 내에서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15% 한도 제한은 2023년부터 30%, 2024년 25%, 2025년 20% 등으로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DB의 경우 2022년 12월22일까지만 해도 김남호 회장이 16.83%로 최대주주였고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분율은 11.61%에 그쳤다. 김남호·김주원 남매의 합산지분율이 26%에 달해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분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DB김준기재단이 4%의 의결권 지분을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넘기면서 김남호 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미미한 수준으로 좁아졌다.

만약 재단이 의결권 지분 4%를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넘기지 않았다면, 해당 지분은 의결권이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만약 해당 지분을 김남호 회장이 매입했다면 김남호 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 간의 지분율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DB김준기문화재단이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지분을 넘기는 결정을 한 것이다.

DB그룹은 "공익법인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황을 앞두고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DB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차원에서 기업집단의 동일인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DB김준기문화재단(옛 동부문화재단)은 1988년 12월17일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옛 동부CNI(현 DB) 주식 124만4000주를 42억4577만2000원(1주당 3413원)에 출연했다. 이후 일부 주식이 감소하긴 했으나, 재단이 김준기 창업회장에게 DB 주식을 처분한 가격(1주당 1030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싸게 매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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