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포커스]회장 복귀·승진에도 책임경영 공백…2세 경영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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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포커스]회장 복귀·승진에도 책임경영 공백…2세 경영 전면에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06.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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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승진에도 미등기임원 유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미등기임원 유지…김동관 핵심 계열사 등기임원
HD현대그룹, 정기선 사장 HD현대·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만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경영 복귀

[프레스나인] 국내 주요 대규모기업집단의 총수가 회장으로 승진하거나 경영복귀 이후에도 등기임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책임경영 회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일부 그룹사는 총수 2세가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2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5일 삼성전자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 총수일가가 사내이사를 맡은 곳은 호텔신라 이부진 대표이사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으로서의 지위만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이 풀려 등기임원으로서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재용 회장은 2012년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2016년 10월27일 삼성전자의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2018년 5월 고(故) 이건희 회장을 이어받아 삼성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그렇지만 2019년 10월26일 삼성전자 사내이사의 3년 임기를 마친 뒤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사법리스크 때문이었다. 특별사면으로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회장 승진까지는 이뤄졌지만, 직접 경영책임을 지는 등기임원에는 취임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그룹과 유사하게 한화그룹도 총수 김승연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서 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21년 7년만에 취업제한이 풀려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건설의 미등기임원으로 복귀했다. 경영복귀 후 3년이 지났음에도 김승연 회장은 여전히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등기임원으로서의 역할은 김동관 부회장이 대신 맡는 모양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부회장 승진과 함께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나 3남 김동선 전무가 한화갤러리아 미등기임원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세 경영을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몽준 HD현대그룹 회장은 그룹 계열사 어떤 곳의 등기임원으로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정기선 HD현대중공업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 HEA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지주회사의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에서는 미등기임원 사장으로서 경영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모습이다. 2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이 한화그룹과 유사하다.

총수가 미등기임원으로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곳은 삼성, 한화 외에 HD현대, 신세계, CJ, DL, 부영, 네이버,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DB 등이다.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명예회장,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대표, 부대표 등 회사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갖고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인 권한만을 행사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예외도 있다.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의 경우다. 서정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3월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등기임원으로 복귀했다. 신약개발을 위해 대주주이자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다만 일부 그룹사의 경우 비주력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있으면서 비등기 회장직을 수행하는 곳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의 등기임원이지만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력계열사에서는 미등기 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CJ, CJ제일제당, CJ CGV, CJ ENM, CJ 대한통운의 미등기 회장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도 신세계의 미등기 회장을 맡고 있다.

이와 달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의 등기임원으로서 책임경영을 행사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LG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 5개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친족경영의 대명사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이 GS건설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고 허태수 회장 등은 GS,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등등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친족에 의한 책임경영을 구사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의 경우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 기타비상무이사만 맡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의 비율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 2394개 중 5.3%(12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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