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중심에는 국산신약 15호 `카나브`가 있다. 2010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이 약품은 우리나라 최초 고혈압 신약이자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개발된 ARB(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계열 고혈압 치료제다.
사실 신약개발에는 후보물질 도입 등 개발 착수에서 제품 출시까지 10년 정도의 시간과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다. 개발에 성공하고 시장에 출시돼도 성공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신약개발이 도박이자 모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연구를 지속해도 블록버스터 신약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 초기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수없이 많은 시험으로 성과가 금방 손에 잡힐 것처럼 여겨지면서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이어 합성물 수백 개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물질을 선정해 동물시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됐다. 고혈압 치료제에서 가장 중요한 혈압강하 효과는 좋았지만 약효가 오래 가지 않았다. 모든 질환에서 치료제의 약효 지속시간이 짧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약효가 짧으면 하루에 몇 번이고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경영진은 고심 끝에 카나브 연구 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수년간 한 길을 달려온 연구원과 임직원의 신약 개발 열망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경영진은 고심 끝에 추가 연구를 허락했다.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 마음이 모아진 마지막 희망은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자신감을 얻은 보령제약은 국내외 시장을 향한 의지를 담은 제품명이 필요했다. 3000명의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제품명을 공모한 끝에 `카나브(KANARB)`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나브는 `Khan(황제)`과 `ARB(약물 계열)`의 합성어로 `고혈압약(ARB계열)의 황제` 즉 `ARB계열의 고혈압 치료제 중 으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뚝심 하나로 탄생한 카나브는 현재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았다. 2011년 발매되자마자 연매출 100억원을 올렸으며 발매 5년 만에 400억원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성공에 바탕을 두고 보령제약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2013년 출시한 복합제 `카나브플러스`와 `듀카브` `투베로` 등 `카나브 패밀리`를 구성했다. 고혈압 시장에서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보령제약은 고혈압 치료제로만 2019년 2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유럽과 미국,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국산 신약이 단순히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에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카나브의 의미는 상당하다. 카나브가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재용 넥스트데일리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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