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의료정보 패러다임, 빅데이터 규제국 '오명' 벗는다
상태바
'무소유' 의료정보 패러다임, 빅데이터 규제국 '오명' 벗는다
  •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 기자
  • 승인 2017.08.02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 병원 의료진이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자료: 아주대병원)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 병원 의료진이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자료: 아주대병원)
세계적으로 원본 데이터가 아닌 분석 결과 값만 제공하는 '무소유' 의료정보 패러다임이 확산된다. 의료 빅데이터 기술·제도적 제약을 해소하는 동시에 개인 연구자, 중소기업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연구 평등화' 효과까지 기대한다. 국내 병원과 연구자들은 발 빠른 대응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사례를 만든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정보 공유 단체인 '오딧세이 컨소시엄'이 국내에서도 활발히 운영된다. 참여 병원이 확대돼 솔루션 개발도 앞선다.

오딧세이 컨소시엄은 세계 각국 병원이 보유한 임상정보를 공통데이터모델(CDM)로 전환, 연구자와 기업 등에 공유하는 단체다. 병원, 기관뿐 아니라 구글, IBM 등 글로벌 IT기업 등 100여개가 참여한다.

컨소시엄 참여 기관은 보유 데이터를 CDM으로 구조와 서식을 통일했다. 기업, 연구자가 원하는 정보를 요청하면 병원은 컨소시엄 커뮤니티에서 개발한 분석 도구로 결과 값만 제공한다. 시스템 통일에 따른 표준화와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기존 틀을 깼다. 의료 정보 활용을 위한 법 규제와 기술 문제를 해소한다.

최근까지 12개국 53개 데이터베이스(DB)로부터 6억명이 넘는 임상정보가 CDM으로 전환됐다. 데이터 공유를 위한 플랫폼도 76개 개발됐다.

우리나라 병원은 2015년부터 참여했다. 첫해 2~3개에 불과했던 참여기관은 현재 아주대병원, 가천대길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강원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17개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 국민 5000만명 건강검진 데이터를 CDM으로 전환한다.

병원 참여가 늘면서 세계 수준 의료 서비스와 ICT를 접목한 성과가 나온다. 오딧세이 컨소시엄은 연구자 지원을 위해 우수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세계 의사, 연구자 14명이 제안했다. 김이석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골다공증 치료제 임상학적 비교'로 유일하게 연구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오딧세이 컨소시엄 연구과제로 선정되면 세계 각국 의료기관이 보유한 임상 정보를 제공받는다. 김 교수는 글로벌 10개 의료기관으로부터 40만명에 달하는 임상 정보를 제공 받았다. 평균 수 천명 단위로 진행되는 국내 임상연구 환경을 고려하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제공받아 신뢰성, 유효성을 높인다.

김이석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이석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 교수는 “골다공증 예방 약물 효과를 비교하고자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최종 선정돼 논문 초안 작업까지 마쳤다”면서 “여러 기관에서 동일한 프로토콜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제공 받아 연구 신뢰성 제고와 시간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오딧세이 컨소시엄을 통해 진행되는 연구는 3건이다. 해외 병원, 기관과 협업해 이뤄지는 것도 5건이 진행 중이다. 컨소시엄 참여 기관이 확대되고, 분석·가시화 솔루션이 개발되면서 연구는 활성화된다.

아주대병원 주도로 CDM 기반 솔루션은 이미 3개 개발됐다. 데이터 질 관리 솔루션 '제미니',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질병예후 예측 솔루션 '사이렌', 진료정보시스템 '이지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참여기관을 위한 전용 포털도 연내 개발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으로 의료정보 활용이 제한적인 우리나라 환경을 고려, CDM 활용 확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 바이오헬스 산업 주도권은 '데이터' 확보에 달렸다.

미국은 정부 주도 의료ICT 확산 정책인 '센티털 이니셔티브'로 17개 의료기관 데이터를 CDM으로 전환했다. 참여기관에게는 의료정보를 활용한 연구에 각종 심사를 면제하는 인센티브를 준다. 중국도 의료 빅데이터 중요성을 인지, 최근 40개 기관이 오딧세이 컨소시엄에 가입해 우리 뒤를 바짝 뒤쫓는다.

박래웅 아주대의대 교수(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수십 만명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는 제도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CDM은 제도적 한계를 해소하는 빅데이터 활용 모델로, 데이터 확보 전쟁으로 치닫는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에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