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D-5일, 금보자기 들고 병원 향하는 제약사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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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D-5일, 금보자기 들고 병원 향하는 제약사 직원들
  • 최광석 기자
  • 승인 2021.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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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온라인몰 등 활용…“김영란법‧CP 강화로 줄어드는 추세”

[프레스나인] 올해도 추석 선물을 들고 병원을 찾는 제약사 직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거래처 명절 선물 관행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6년 김영란법 시행과 2018년 제약사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의 영향이 크다. 

이 무렵부터 제약사들도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강화해 나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CP 가이드북에 의하면 제약사는 개별 요양기관에서 이뤄지는 제품설명회시 보건의료전문가에게 1일 10만원 이내의 식음료(월 4회, 세금 및 봉사료 제외) 및 1만원(부가세 포함) 이하의 판촉물을 제공할 수 있다.

제약사가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사 및 판촉물에 제한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잖은 영업사원들이 명절 선물을 들고 거래처를 향하고 있다. 

명절 선물은 처방액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이들 영업사원들은 전했다. 그럼에도 관계 유지에 보탬이 되고자 선물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은근슬쩍 먼저 선물을 요구하는 거래처들도 있다.

일부 영업사원들은 타사의 명절 선물 지급 상황을 파악하며 소위 '가성비 좋은 선물'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선물을 해야 할 거래처 대비 예산이 충분치 않고 CP 규정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 온라인 판매몰을 활용하는 직원들도 많다. 이들은 회사에서 제공한 포인트를 사용하거나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할인가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한 상위제약사 사내 온라인 판매몰에는 마스크, 의료용 밴드, 볼펜세트, 음료, 홍삼, 마스크팩, 손소독제, 과자류, 물티슈가 많이 팔린 상품으로 순위에 올라와 있다.

영업사원들이 선물을 정하는 기준은 처방액과 관계가 깊다.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처방액이 높을수록 비싼 선물을 한다는 것이다. 

고급 선물로는 주로 한우와 홍삼 등을 선호한다. 제품이나 가격대가 다양한 와인과 과일도 선물로 많이 쓰인다. 

햄이나 식용유 선물세트, 샴푸, 치약 등 전통적인 명절 선물도 여전히 활용된다. 이처럼 선물 관행은 여전하지만, 각종 규제가 생겨나기 이전과 비교하면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와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꼭 필요한 몇 곳에만 선물을 보냈다. 명절 선물을 없애는 트렌드지만 괜히 트집 잡히고 싶지 않았다”면서 “코로나로 거래처 방문도 뜸했는데 이럴 때라도 인사를 해야 관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도 “CP규정 때문에 선물을 크게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요즘은 안 해도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선물 관행이 완전히 없어질 순 없다. 그래도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한 개원의(가정의학과)는 “몇 년 전부터 줄기 시작해 올해는 4개 정도 들어왔다”면서 “선물을 했다고 처방액이 달라지진 않는다. 평소 관계가 중요하다. 선물 하나로 처방액을 늘리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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