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익성 아쉬움 언급, 가시적 성과 보이겠다 결의로 해석

[프레스나인] 올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다짐이 남다르다. 취임 첫 해 경영실적에 아쉬움을 내비친 임 회장이 올해를 ‘도약 모멘텀을 확보하는 해’로 규정하고, 그 결과를 자신이 감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결의로 해석되는데 올해가 임 회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최근 열린 ‘2024년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임종룡 회장은 “작년 3분기 기준으로 당기순이익, 순영업수익, 비이자이익 등이 모두 전년도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며 이는 본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올해에는 분명 달라진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올해는 저와 여기 계신 경영진들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해인만큼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라고 주문했다.
최고경영자로서 이례적으로 ‘감당하겠다’는 직접적인 책임 발언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올해 경영성과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임 회장의 도약에 대한 의지와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임종룡 회장으로서는 코로나 정국을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타던 우리금융이 취임과 동시에 역성장으로 돌아선 점이 뼈아프다. 임 회장이 취임 한 지난해 우리금융 연결당기순이익(3분기 누적)은 2조4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하락했다. 2020년부터(1.3조원→2.6조원→3.1조원) 매년 20% 넘는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경기불확실성 확대와 회장 및 은행장 등 수장교체 여파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 여신성장이 더뎌진데다 홍콩 부동산 펀드배상 등 일회성 비용 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취임 후 경영기조 등 아젠다 설정이 늦어져 타 은행 대비 영업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 이후 우리금융이 기업대출 확장을 통한 실적 개선을 꾀한다는 전략을 세움에 따라 임 회장의 경영능력은 향후 기업여신 성과에서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영전략워크샵에서도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에만 15조6000억원의 우량자산을 늘리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만, 최근 부동산 PF 등 기업 건전성 리스크 이슈가 불거지고 있고, 시장선점을 위한 저금리 정책을 유지 중이서 기대만큼 실적개선이 이뤄질 지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부문 큰 폭의 자산성장에도 불구하고 NPL비율 등 건전성지표도 양호하다"고 했지만 기존 중소기업 불량채권과 연체율이 문제로 지목된다. 2022년 4분기부터 올 상반기(2분기)까지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을 0.9%(111조→112조)로 억제했음에도 연체율은 0.21%(지난해 3분기)에서 0.38%(올 3분기)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NPL)도 409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2% 치솟았다. 잠재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요주의여신 역시 9541억원으로 연초(6224억원) 대비 53%나 뛰어 올랐다. 그렇다고 부실채권 처분을 미룬 것도 아니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별도로 관리하는데, 내부기준에 따라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 시 이를 장부에서 손실로 처리(상각)하거나 외부에 매각한다.
올해 3분기까지 우리은행이 상·매각한 중소기업 총 불량채권은 4508억원(1분기 1704억원, 2분기 1590억원, 3분기 1214억원)으로 전년동기(1700억원) 대비 2.7배 규모다. 불량채권을 지속적으로 처분하고는 있지만 NPL 증가세를 막진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날 워크숍에서 올해를 ‘도약 모멘텀을 확보하는 해’로 정하고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역량집중 ▲시너지 ▲소통 등 3대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성장전략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고, 그룹 자회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며, 기업문화 혁신의 발판인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 미래성장기반 확보 ▲리스크관리 ▲그룹시너지 확대 ▲디지털/IT경쟁력 강화 ▲기업문화 혁신 고도화 & 사회적 신뢰도 제고 등 5대 전략방향도 공유했다. 특히 전통적 강점 분야인 기업금융에서의 명가 위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작년말 증자를 완료한 종금사 역량 강화를 통해 증권업 진출에 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임종룡 회장은 또한 “그룹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감, 감사와 소통, 합심의 자세로 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 손에는 나침반을, 다른 한 손에는 스톱워치를 들고 우리금융의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는 "이제 인프라 정비와 전략수립을 마친 만큼 전략 방향(나침반)에 최대한 집중하고 속도감(스톱워치) 있게 성과를 내겠다는 자신감을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라는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