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허영인 회장, 밀다원 저가매도 무죄…"'추정이익법' 부적합·증여세 회피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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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허영인 회장, 밀다원 저가매도 무죄…"'추정이익법' 부적합·증여세 회피의도 없어"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4.02.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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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허영인 회장 등 배임혐의 무죄 선고
"밀다원 주식가치 평가에서 '추정이익법' 적용 증거 부족"
"밀다원 '정상매출 3년미만' 입증 안돼"
"증여세 회피의도 전제 의문, 일감몰아주기 거래구조 자발적 해소"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일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의 판결선고 직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허 회장 등에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일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의 판결선고 직후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허 회장 등에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프레스나인] 증여세를 회피하려고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매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전 사장, 황재복 대표이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SPC그룹이 밀다원 주식가치 평가에 적용한 방법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으며, 허영인 회장 등의 증여세 회피를 위한 고의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최경서 부장판사)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식 저가매도에 따른 배임혐의 대상인 밀다원 주식의 평가방법과 관련해 "최근 3년 순손익액 가중평균액 평가방법이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검찰 측이 적용한 1주당 추정이익의 평균가액으로 평가하지 않은 것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2009년과 2011년 유상증자 단가(1주당 1000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팔았다. 검찰은 비상장주식인 밀다원의 주식가치 평가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상의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 중 1주당 추정이익의 평균액을 선택했다.

상증세법은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으로 최근 3년간의 순손익가치 평가(1주당 최근 3년간 순손익액의 가중평균/3년만기 회사채 이자율)를 원칙으로 두고 있다. 다만 업종이 변경됐거나 우발적 사건 발생, 합병ㆍ분할ㆍ증자 등의 경우에는 과거의 수익평가가 아닌 미래 추정손익을 통해 순손익가치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상증세법 시행령 제56조, 시행규칙 제17조의3 제1항 참고).

검찰은 밀다원의 경우 2009~2011년 순손익가치 산정을 통한 주식가치 평가가 부당해, 미래추정이익을 통해 순손익가치를 산정('추정이익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3월 개정 이전 상증세법 시행규칙은 '정상매출이 3년 미만'이고, '평가기준일 3년 이내 합병ㆍ분할ㆍ증자나 감자ㆍ주요업종이 바뀐 경우'에 한해 최근 3년간의 순손익액 가중평균액이 아닌 1주당 추정이익 평균가액으로 순손익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검찰은 상승세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밀다원 주식가치를 1주당 1595원으로 산정했다.

재판장인 최경서 부장판사는 "비상장주식 가치평가는 과거 3년 순손익액 가중평균액에 따른 순손익가치 평가를 원칙으로 하면서, 예외적으로 1주당 추정이익으로 (순손익가치 평가를) 대체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기획재정부는 2015년 상증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현행 제도 운영의 미비점 개선'을 위해 증자를 예외사유에서 제외했다"고 부연했다. 밀다원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시점이 2011년이고, 상증세법 시행규칙이 그 이후에 개정됐다고 하더라도 혼선을 막기 위한 시행규칙 개정을 감안하면 3년 순손익액 가중평균액 방식과 1주당 추정이익 평균가액 방법 두 가지 모두가 유효하다는 해석이다.

최 부장판사는 "국세청이 법인세 수정 신고에서 밀다원 주식가치 주당 404원을 수용했고, 공정위 역시 과거 3년간 손손익가치 산정 자체를 문제삼지 않았다"면서 "상증세법 상 순손익가치 평가방법 적용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검찰이 주장하는 '추정이익법'이 적합한 평가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의 원칙과 예외사유 중에서, 검찰의 가치평가 방법이 타당하다는 입증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밀다원의 '주요업종 정상매출이 3년 미만'이라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밀다원은 2008년 SPC그룹에 인수됐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출액이 꾸준히 늘어났다. 밀다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밀다원의 2018년 매출액은 168억원이다. SPC가 인수한 2009년 매출액은 215억원으로 늘어났다. 2010년(227억원)과 2011년(729억원)에 걸쳐서 매출액은 눈에 띄게 늘어나 정상매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밀다원 주식 저가양도의 목적이 증여세 회피 의도라는 혐의와 관련, 재판부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의제는 거래구조를 해소하면 회피가 가능하다"면서 "증여의제 회피를 위한 주식 매도와 증여의제 자체의 연관이 없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증여세 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테지만,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허영인 등은 일감 몰아주기 기업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피하기 위한 지분구조 정리에 따른 반사적 이익일 뿐"이라고 헸다. 배임 죄 성립을 위한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 회장 등의 주간경영회의 참석 등 공정거래법 상의 부당지원행위 관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증여세 회피를 위한 배임죄 성립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밀다원 주식 매각 절차상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은 문제로 삼았다. 그러나 이사회 의결 미비에도 배임죄의 범죄 성립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고 봤다. 최 부장판사는 "(밀다원 주식매각을 위한)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는데, 회사의 의사에 반하여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기에 이런 사실만으로 배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양도가액 결정에 대해 고가인지 저가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보이지 않아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주문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8월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 등의 법인과 허 회장, 조 전 사장, 황 대표이사 등을 공정거래법 상 부당지원행위와 거래 관여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허 회장 등을 증여세 회피를 위한 밀다원 주식저가양도 혐의에 대해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2012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주당 255원에 양도했다. 밀다원은 SPC그룹이 2008년 7월10일 제3자로부터 인수한 밀가루 생산업체다. 당시 파리크라상의 밀다원 지분이 45.4%, 샤니는 21.7%의 의결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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