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백신 개발기업 유바이오로직스 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기존에 주목받는 아이템이었던 코로나19 백신은 이제 대중의 관심에서 비교적 멀어졌지만 회사는 대신 다른 질병 공략에 성과를 내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유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최근 52주 만에 60%를 훌쩍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주당 7000원 중반대에 머물렀던 주가가 14일 기준 1만2000원을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이뤄진 반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유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앞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1년 하반기 한때 5만대에 이르는 등 강세를 보였다. 당시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을 앞세워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국내 백신 개발의 선두로 꼽혔다.
그러나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중순에는 7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유바이오로직스보다 앞서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공식 해제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가라앉은 것으로 풀이된다.
떨어진 주가를 다시 부양시킨 동력은 무엇일까. 먼저 유바이오로직스의 주력인 콜레라 백신에 대한 성과를 들 수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유니세프를 통해 국제 공공시장에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 플러스’를 공급해 왔다. 그런데 글로벌 기후 변화로 세계 각국에 콜레라가 창궐하면서 백신 수요가 대폭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경쟁사인 샨타바이오테크닉이 올해부터 콜레라 백신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유바이오로직스가 당분간 공공시장의 백신 수요를 독점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콜레라 백신에 관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둘 것을 지난해 9월 이미 예고해 뒀다. 유니세프는 올해 콜레라 백신 물량으로 4933만도즈, 약 1200억원 규모를 주문했다. 지난해 콜레라 백신 매출 654억원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유바이오로직스는 급증한 백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한창이다. 춘천에 위치한 백신 제조시설을 증설해 원액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생산 효율이 더 높은 개량형 백신 ‘유비콜S’를 개발했다. 또 부족한 완제 생산능력을 충당하기 위해 녹십자에 위탁생산을 맡기기도 했다. 2025년 하반기 자체 완제 시설까지 증설이 완료되면 콜레라 백신 생산능력은 기존의 3300만도즈에서 최대 8000만~9000만도즈로 증가할 전망이다.
콜레라 이외의 질병도 차근차근 공략하는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장티푸스 백신 ‘EuTCV’, 수막구균 백신 ‘EuMCV5’, 폐렴구균 백신 ‘EuPCV’, 대상포진 백신 ‘EuHZV’, 호흡기융합바이러스(RSV) 백신 ‘EuRSV’, 알츠하이머 백신 등을 개발 목록에 올려뒀다. 이 중 EuTCV의 경우 필리핀 임상 3상 완료, 아프리카 임상 3상 진행 중으로 가장 상업화가 가까운 품목이다. 2026년 공공시장 및 개별국가 진출이 목표다.
다른 백신들도 차례대로 효능 검증에 들어갔다. 올해 상반기 EuRSV와 EuHZV가 잇따라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2가지 백신 모두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백신으로 꼽힌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이들 백신에 대해 먼저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한 뒤 미국 자회사를 통해 해외에서도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으로 선진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콜레라 백신사업의 호조와 각종 신규 백신의 개발 순항으로 유바이오로직스는 매출과 연구개발(R&D)의 안정적인 순환구조를 갖추게 됐다. 지난해 매출 694억원, 영업이익 77억원을 거둬 역대 최대 매출을 내는 한편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52억원, 영업이익 24억원 등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의 경우 임상적 효능을 검증했지만 이미 변이주 백신, 2가 백신 등이 다수 시장에 출시됐다는 점에서 상업화 단계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코백-19가 필리핀 임상 3상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코비실드’ 대비 면역원성의 우월성과 중화항체가 혈청전환율 (SRR)의 비열등성이 확인됐다고 14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