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상업화 제품’ 인수 규모 주목...LG화학은 ‘최대 매출 1.3배’ 베팅
<편집자주>뇌전증 신약의 미국 FDA 승인이라는 업적을 이뤄냈지만 SK바이오팜은 아직 배가 고프다. 글로벌 사업 범위를 넓혀가는 한편, 각종 신약을 추가로 개발하기 위한 투자에 한창이다. ‘블록버스터’를 꿈꾸는 SK바이오팜의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프레스나인] 현재 SK바이오팜이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지역은 미국이다.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SK Life Science)를 통해 현지에서 직접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를 끼지 않고 직접 미국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향후에도 SK라이프사이언스는 SK바이오팜 실적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를 잇는 새로운 상업화 제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판매 노하우가 정착된 만큼 타사 제품을 들여와도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얼마나 유망한 제품을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2022년 LG화학이 미국 제약사 ‘아베오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인수했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아베오는 2021년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를 허가받은 바 있다. LG화학은 당시 아베오 인수에 약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포티브다가 2028년 최대 매출 약 6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이다. 시장에서는 인수가가 최대 매출의 약 1.3배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물론 SK바이오팜과 LG화학의 입장이 다소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LG화학은 유망한 의약품을 인수하는 동시에 미국 상업화 역량 확보를 노렸으나, SK바이오팜은 이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미국 영업망을 구축했다. LG화학처럼 굳이 현지 제약사까지 의약품과 함께 통째로 사들여 판관비 부담을 키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보다 저렴한 밸류에이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제2의 상업화 제품 인수를 위한 총알 자체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이 인수하기 원하는 중추신경계(CNS) 약물은 대체로 항암제보다 매출 규모가 적다. 한편 SK바이오팜 보유 현금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약 267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2900억원 수준의 판매관리비를 지출하고도 380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현금 보유량을 260억원가량 늘렸다.
올해부터는 현금흐름 확대가 더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세노바메이트는 원가가 낮은 저분자 합성의약품이라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로 매출 4000억원 이상을 낼 경우 나머지는 모두 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 1000억원대 진입을 예상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상업화 제품 인수에 대해 “아직 세부적으로 나올 단계는 아니다. 계속 탐색 중”이라면서도 “현재 판관비는 세노바메이트만으로 커버가 되는 상황이다. 제2의 제품이 들어오면 세노바메이트처럼 굉장히 높은 수익률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