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바이오니아]⑧연간 120조 매출 장담, 중국에 팬티 파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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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Dive][바이오니아]⑧연간 120조 매출 장담, 중국에 팬티 파는 수준
  • 임한솔 기자
  • 승인 2025.0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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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오 회장 “탈모 인구 20억명에 월 5만원씩만 팔면”

[프레스나인] 바이오니아가 향후 120조원의 매출을 낼 전망이다. 누적도 아니고 연간으로.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이 주주들을 향해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근거는 딱히 믿음직하지 않다. 누구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기업 대표가 ‘중국 인구에 팬티 한 장씩만 팔면 떼돈을 번다’는 식의 논리를 가져다 썼다.

박 회장은 21일 바이오니아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주 신년 인사말을 통해 “탈모 화장품 코스메르나(CosmeRNA)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탈모인들은 약 20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월 5만원씩 소비하는 다양한 국가의 고객들을 2억명만 확보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120조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조차 망설여지는 말이다. 일단 숫자 자체가 지나치게 막연하다. 박 회장이 이야기한 120조원은 어간한 국내 기업집단조차 구경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2024년 지정일을 기준으로 보면 연매출 100조원을 넘긴 기업집단은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뿐이었다. 모든 계열사를 합친 매출이 그랬다는 소리다.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만이 매출 100조원대에 진입했다.

국가마다 잠재 소비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그들의 소비 성향이 어떤지, 바이오니아의 접근 방향은 어떤지를 명확히 설명했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말한 것은 탈모 인구의 숫자와 그들의 소비 액수뿐이다. 코스메르나 60만원어치 곱하기 2억명. 

코스메르나를 그만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할 천문학적인 추가 투자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로 120조원 규모 코스메르나를 생산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난해 바이오니아 IR자료를 보면 코스메르나의 핵심 원료를 생산하는 장비 1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매출 2880억~4320억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마저도 생산한 제품을 다 팔았을 때의 이야기다. 코스메르나 연간 매출은 아직 수천억원은커녕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회장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미래 매출을 가정하는 게 시장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예비상장기업들은 가치평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수요 인구를 대충 가정해 제품 공급 가격만 곱해주면 매해 수십조원의 매출을 간단히 상정할 수 있다.

물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계산법이다. 주주들도 박 회장의 전망에 딱히 공감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주식 커뮤니티의 한 주주는 “말은 참 쉽다”며 “일단 코스메르나로 매출 1200억원이라도 달성해 보고 설레발을 치자”고 평했다.

바이오니아 CI와 박한오 회장 신년 인사 일부. 사진/바이오니아 홈페이지 캡처
바이오니아 CI와 박한오 회장 신년 인사 일부. 사진/바이오니아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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