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SK바이오팜이 마침내 2024년 연간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cenobamate)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순풍을 타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과감한 미국 현지 마케팅이 성과를 낸 것도 있지만, 애초 세노바메이트가 신약으로서 높은 경쟁력을 입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노바메이트는 뛰어난 발작 소실 효과를 선보이는 한편, 안전성 측면에서도 기존 항경련제(AED)들 대비 부작용 우려를 상당히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뇌전증은 발작이 2번 이상,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병을 말한다. 발작은 뇌신경세포 중 일부가 짧은 시간 갑작스럽게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전류 신호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 내 전압의존성 소듐 채널(VGSC)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다. 둘째는 중추신경계에서 신경 흥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감마-아미노뷰티르산(γ-aminobutyricacid, GABA)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세노바메이트는 VGSC와 GABA 수용체 모두에 작용하는 이중기전을 갖고 있다. 특히 VGSC에 흐르는 전류 신호 중 지속적 전류(persistent current, INaP)를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게 안전성의 핵심이다.
지속적 전류는 어감과 달리 뇌전증 발작의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VGSC는 개방과 폐쇄를 반복해 일시적 전류(transient current, INaT)를 내보냄으로써 심장 근육 등을 조절하는데, 이때 소수 채널이 폐쇄되지 않으면서 지속적 전류가 발생한다. VGSC의 이상으로 지속적 전류가 과하게 발생하면 신경세포의 반복적인 발화(firing), 과흥분이 일어나며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카르바마제핀, 라모트리진 등 기존 뇌전증 치료제들 중 일부는 VGSC를 차단하면서 일시적 전류도 억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일시적 전류에 대한 영향이 심장 내 전도(conduction)를 지연시켜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Eva Fuchs, 2021)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라모트리진을 복용하는 심장질환자에게 부정맥 발생의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카르바마제핀 역시 급성심정지(SCA)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면 세노바메이트는 지속적 전류를 강력하게 억제하면서도 일시적 전류에 대한 억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 전류를 억제하는 효과 자체도 타 약물 대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Barbara Błaszczyk, 2024).
이같은 차이는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의료진의 선호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 SK바이오팜은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현지에 직접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미국 매출 438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이와 함께 영업손익은 흑자로 돌아서 963억원에 이르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