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동성 수요에 구매전용 카드 결제 급증
[프레스나인] 국내 기업 간 거래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이 11조원을 돌파했다. 경기 둔화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카드 결제를 택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해당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의 올 1분기 구매전용 카드 실적은 11조28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했다. 구매전용 카드는 기업이 납품 대금을 카드로 결제해 어음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결제 시점을 유예할 수 있어 자금 운용에 유리한 점이 특징이다.
현대카드는 1분기에만 5조399억원의 구매전용 카드 실적을 올렸다. 이는 현대카드 전체 법인카드 실적(8조4000억원)의 약 6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활발한 이용이 실적을 끌어올린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구매전용 카드 시장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고, 매출 채권 회수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재무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홈플러스의 구매전용 카드 채권 중 약 4000억원을 유동화하지 못해 직접적인 재무 부담을 떠안았다.
이처럼 카드사 간 전략 차이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신용판매 실적에서 신한카드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이는 17조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 대상 구매전용 카드 실적이 큰 역할을 한 결과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외형 성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기업 고객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실질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3164억원으로, 삼성카드(6646억원), 신한카드(5721억원), 국민카드(4027억원)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