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국내 연구진이 새롭게 제안된 LRFD(하중·저항계수 설계법) 기반 송전탑 설계기준의 타당성을 실물 크기 구조물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70.3m 높이의 345kV 송전탑을 실제 제작해 다양한 하중 조합에 대한 구조 안정성과 내력 성능을 실험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김평화, 한휘석, 김정훈, 강영종, 김승준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구조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Structures에 2025년 7월호(제77호)에 게재됐다.
LRFD(Load and Resistance Factor Design) 송전탑이 기존 한국전력공사(KEPCO) 설계지침(DS-1111) 대비 향상된 안전성, 신뢰성, 국제 기준 부합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게 연구 요점이다.
기존 방식은 전체 구조물에 균일한 풍압을 적용하고, 재료 강도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현실적인 하중 조건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검증된 LRFD 기반의 새 설계 기준은 부재별 하중과 강도 평가, 기후 변화로 인한 하중 증가 등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설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본 실험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 높이 70.3m의 송전탑을 제작해 다양한 하중 조합에 따라 실험을 수행했다. 총 8가지 하중 조합을 적용했으며, 이 중 4번째 조합에서 예상치 못한 부재 파손이 발생해 주목을 받았다. 연구진은 반복적인 하중-하중 제거 과정에서 응력이 부재 강도에 근접하며 피로 누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파손 부위를 보강·재제작한 후 실험을 다시 수행했고, 전체 하중 조합에서 송전탑은 설계 하중의 110~114%까지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결과는 설계 시 가정한 최소 8%의 안전 여유, 비선형 해석 기준 14%, 실험 기준 10%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실험 과정에서 볼트 연결부의 이완 및 슬립 현상이 구조 거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요소가 설계 해석 결과와 실험 결과 간 차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향후 송전탑 설계 시, 볼트의 실제 기계적 거동을 반영한 설계 및 해석 기법의 도입 필요성도 함께 제시됐다.
연구를 총괄한 김승준 박사는 “실험 결과, LRFD 기반 설계기준이 송전탑의 구조적 거동을 잘 설명하며, 극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며 “기존 설계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KEPRI)과 한국연구재단(NRF)의 공동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