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미국 정부가 자동차 관세 강화 조치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아가 자사의 전기 플래그십 SUV ‘EV9’의 가격을 인하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원가 부담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기아는 미국에서 2026년형 EV9의 가격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부 주요 트림의 가격을 최대 2,000달러(한화 약 270만원) 낮추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기본 모델은 기존과 동일한 54,900달러(약 7,400만원)로 유지되지만, ‘라이트 롱 레인지’는 2,000달러 인하된 57,900달러, ‘랜드’ 트림은 68,900달러로 1,000달러 인하됐다. 최상위 ‘GT-라인’도 2,000달러 낮춘 71,900달러로 책정됐다.
특히 이번 결정은 미국 시장 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전기차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단행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전기차에 대한 추가 세금과 리스크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방어선을 구축한 것이다.
기아는 가격 인하뿐 아니라 신규 트림인 ‘EV9 나이트폴 에디션(Nightfall Edition)’도 함께 선보이며 상품성을 강화했다. 상위 트림인 랜드 모델을 기반으로 구성된 나이트폴 에디션은 블랙 포인트를 강조한 외관과 전용 브라운 컬러, 20인치 블랙 휠 등으로 차별화됐다. 여기에 실내에는 블랙 인테리어와 고유 시트 패턴이 적용되며,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는 ‘부스트 모드’를 통해 최대 토크가 443 lb-ft(약 600Nm)에서 516 lb-ft(약 699Nm)로 향상된다.

한편, EV9의 주행거리도 소폭 개선됐다. 2026년형 기준으로 ‘라이트 롱 레인지’ 트림은 기존 304마일에서 305마일로, ‘윈드’와 ‘랜드’는 280마일에서 283마일로 증가했고, ‘GT-라인’은 270마일에서 280마일로 10마일 늘었다.
기아 EV9은 76.1kWh 및 99.8kWh 배터리팩과 함께 최대 379마력의 출력, 0→100km/h 가속 5초대 성능, 그리고 고급스러운 6~7인승 구성을 제공하며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이번 가격 전략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원가 부담과 수요 둔화, 그리고 관세 변수까지 겹친 복합 위기 속에서도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며 “EV9이 전기 SUV 시장의 ‘가성비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기아는 EV9을 앞세워 북미 시장에서 브랜드 고급화와 전동화 전환을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전기차 시장이 공급보다 수요가 변수로 작용하는 이 시점에서, 기아의 선택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