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육성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강조해오고 있다. 특히 IMF 이후로 인재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2000년대 초반에 인적자원관리(HRM) 시스템 구축이 활발히 진행됐고,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극심한 불황기를 겪으면서 주춤했던 인재경영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1∼2년새 LG전자, 두산그룹, 현대기아자동차, SK그룹, CJ그룹, 동양그룹, STX그룹 등 많은 기업과 그룹이 조직 및 개인의 성과관리체계를 재구축하고, 글로벌 핵심 인재의 선발과 유지를 위해 인적자산 체계를 별도로 수립하거나 보다 고도화된 HRM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통합HRM시스템 구축 작업이 최대 이슈로 거론되고 있으며, 그 이전 단계로 그룹 통합HRM시스템 구축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HRM 시장은 불황기 이후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항상 두각을 보여왔다. IMF 이후의 HRM 붐을 ‘HRM 1.0’ 시대라 한다면, 지금의 인재 육성 바람은 ‘HRM 2.0’이라 불릴 만 하다. HRM 1.0 시대와 2.0 시대의 가장 큰 차이로는 바로 ‘글로벌’ 인재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글로벌 인재 영입과 육성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인사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HRM1.0 시대에는 기업들이 단순한 ‘인력 관리’ 수준에 그쳤지만 이제는 ‘인재 관리’에 초점을 두고 맞춤형 인재육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HRM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도 관련 솔루션 시장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HRM2.0①]글로벌 경영시대에도 사람이 희망이다](/news/photo/201910/2174_craw1.jpg)
삼성, 현대, SK, LG, 롯데, 포스코, GS,두산, STX, CJ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군 대부분은 글로벌 통합인적자원관리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전문 컨설팅을 진행하거나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신한금융지주 등과 같은 금융그룹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HRM 전문 컨설팅 업체인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대표는 “최근 기업들의 HR 관련 컨설팅에서 50% 이상이 해외지사의 현지인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요청”이라며 “올해 들어 이러한 추세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룹사의 통합인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한 후 글로벌 통합에 나서고 있다. STX그룹, 두산그룹 등이 최근 그룹사의 인사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해외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싱글인스턴스 전사적자원관리(GSI ERP)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HR 영역에서 통합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해 말 범한판토스는 GSI 개발의 첫 단계 사업으로, 본사와 전세계 35개국 83개 해외법인과 지사의 인사 관련 시스템을 웹 기반으로 통합·단일화하는 차세대 인적자원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기업 중 글로벌 관점의 인재관리 전략을 체계화한 곳은 드물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현재 글로벌 인재관리 전략을 실행하고 관리할 수 있는 관련 제도와 지원시스템 등을 갖춘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일부 기업에서는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가 반영된 글로벌 통합HRM시스템을 도입하려다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요구 기능 및 프로세스의 지원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고, 베스트 프랙티스일지라도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 등의 차이로 인해 적용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통합HRM시스템의 경우 다국어 지원과 공통 화폐 적용 등의 지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공통 기능과 현지 문화를 조화롭게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면밀한 해외현지 조사를 통해 본사 및 지사간 표준화·공통화할 수 있는 영역과 현지화해야 하는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서 인사 제도에 반영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즉, 무조건 국내에서 발전시켜온 특유의 인사관리나 인재개발 관행을 해외 지사나 조직에 적용해서도 안되고, 인사관리를 100%로 현지화하는 것도 그룹의 통합인재 관리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박형철 대표는 “기업이 오랜 기간 지향해 온 본질적인 가치와 목표를 본사는 물론 전세계 조직과 소속된 현지인력들에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글로벌 HR 전략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오라클 원문경 부사장은 “기업들의 글로벌 HRM을 구축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인적 자산을 최적화하고, 인력의 ‘글로벌 모빌리티’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글로벌 HRM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HRM에 대한 전사적인 거버넌스 전략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사 제도간 통합 운영이 화두=대기업들이 그룹·글로벌 통합HRM시스템 구축과 함께 역량 및 핵심인재 관리를 중심으로 한 조직 역량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 중견중소기업은 인사전략 및 제도를 정비하고 HRM 영역의 경쟁우위를 위해 운영 최적화에 힘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기 위한 인사 서비스 환경의 구축이 핵심 이슈다.
김진유 화이트정보통신 사장은 “대기업은 주로 자사의 경영방침이나 인사운영의 특징이 강화된 맞춤형 HRM 시스템을 선호하는 반면, 중견기업들은 오히려 베스트 프랙티스가 적용된 HR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선진 인사체계를 수용하는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공통된 이슈는 그동안 단절적으로 운영돼 오던 인사 제도간의 통합적인 운영이다. 이미 국내의 많은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은 HRM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고 평가 제도도 시스템화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시스템을 통해 산출된 평가 결과들을 실질적으로 승진 등에 적절하게 반영하지는 못해 왔다. 또한 역량에 대한 평가와 교육 결과 역시 인재개발계획이나 차기 역량강화 전략 등과 연계하지 못했다.
박형철 대표는 “그동안 인적자원관리(HRM)와 인적자원개발(HRD)의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단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사제도간 통합적 운영을 강화해야 하며, 무엇보다 통합적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도 근본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M&A 활성화에 따른 HRM 역할 증가=글로벌 금융위기로 얼어붙었던 인수합병(M&A) 시장이 최근 경기 회복과 함께 열기가 뜨겁다. 이러한 M&A 이슈는 앞으로 기업들의 HRM 혁신 활동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국내 기업들이 M&A 전후 과정에서 HR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업체를 인수했더라도 핵심 기술력을 가진 인재들이 빠져버리면 피인수기업의 껍데기만 가지게 되는 꼴이라는 것을 기업들이 인지하면서 부터 최근 M&A 협정 초기 단계에서부터 HR 담당 전문가가 적극 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M&A 이슈가 있는 기업의 경우 M&A 작업 전 인사 관점의 실사를 실시하거나 인수 과정에서 면밀한 인사 관련 비용을 산정하는 등 인사관리자의 개입이 필수적으로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KTㆍKTF의 대규모 M&A 작업에서도 통합 계획과 실행단계 등에 HR담당자가 관여한 것이 아니라 그 앞단계인 협정 초기 단계에서부터 인사관리가가 개입해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들 중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HR에 대한 전문성이 더 요구되고 있다. 해외 기업 인수의 경우에는 현지 관행의 차이 등으로 인해 HRM의 복잡도가 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타워스왓슨 박광서 대표는 “M&A 초기 단계에서부터 HR의 개입과 역할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M&A 이후 효과적인 인적자원 배치에도 선진 HRM시스템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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