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수술 현장을 가다]<4>배꼽 뚫어 자궁근종 수술, '4차 의료혁명' 현장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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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수술 현장을 가다]<4>배꼽 뚫어 자궁근종 수술, '4차 의료혁명' 현장을 보다
  •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 기자
  • 승인 2017.08.10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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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만큼이나 화두인 것이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4차 의료혁명'입니다. 로봇수술을 활용해 합병증과 흉터를 최소화하는 게 새로운 화두입니다.”

문혜성 이대목동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자궁근종 수술을 앞두고 '4차 의료혁명' 이야기를 꺼냈다. 일반적인 개복수술이 2차 의료혁명이었다면, 로봇수술 기기 개발은 3차 의료혁명을 촉발했다. 사람보다 정밀하고 개복이 필요 없는 로봇수술은 최소침습 패러다임을 여는 촉매제가 됐다. 4차 의료혁명은 최소침습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5~6개 구멍을 뚫어야 했던 기존 로봇수술에서 탈피, 자연적 구멍을 이용해 절개를 최소화한다.

문 센터장은 “최근 해외 한 학회에 참석했는데, 최소침습을 구현한 로봇수술을 더욱 정교하게 해 아예 새로운 구멍을 뚫지 않는 비침습 수술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배꼽과 같은 자연적 주름 구멍을 이용한 수술이 4차 의료혁명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성 이대목동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다빈치 로봇수술기기를 이용해 싱글사이트 기반 수술을 하고 있다.
문혜성 이대목동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다빈치 로봇수술기기를 이용해 싱글사이트 기반 수술을 하고 있다.
◇구멍 하나로 로봇수술, 4차 의료혁명이 눈앞에

문 센터장이 맡은 40대 여성은 자궁근종 환자다. 종양 크기가 커 자궁 전체를 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제왕절개를 2번이나 한데다 유착 가능성까지 있어 쉽지 않은 케이스다. 로봇수술 기기 다빈치를 이용해 자궁을 절제한다.

수술법은 배꼽 구멍 하나만 뚫어 진행하는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이다. 문 센터장이 이끄는 이대목동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싱글사이트 분야에서 500례를 돌파했다. 2014년 도입 이후 3년 만이자, 미국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최단기간 최다 수술건수 성과를 올렸다.

기존 로봇수술은 배꼽을 기준으로 좌우로 3~6개 구멍을 뚫는다. 메인 카메라와 초음파 절삭, 흡입기 등 다양한 기기가 꼽힌 로봇 팔이 들어간다.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은 이름 그대로 구멍이 하나다. 배꼽 구멍을 이용해 4개 이하 수술기구가 들어간다. 의사는 환자와 3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로봇을 움직이는 콘솔에 앉아 화면을 보면서 수술을 한다.

일반적으로 자궁은 주먹크기에 무게는 50~60g 정도다. 자궁근종, 자궁선근종 환자는 내막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면서 자궁 무게가 2배 이상 무거워진다. 이번 환자 자궁 혹 크지는 대략 350g정도다. 정상 무게보다 6배가량 커진 상태다. 나팔관을 비롯해 자궁 내외부 연결부분을 제거하고, 질을 통해 절제한 자궁을 꺼낸다. 수술시간은 약 2시간에 불과하다.

◇흉터·수술시간 줄이는 게 핵심

자궁근종 환자에게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을 하고 있다.
자궁근종 환자에게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을 하고 있다.
로봇수술 장점은 정교함과 정확성이다. 개복 혹은 복강경 수술은 필연적으로 의사가 도구를 손수 움직인다. 미세한 떨림이나 정교한 움직임이 부족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콘솔에 앉아 복강경 대비 10배 이상 높은 수술 시야를 바탕으로 로봇 팔을 움직인다. 정교함과 동시에 사람 실수를 최소화한다.

우리나라에 로봇수술이 도입된 시기는 2005년이다. 주로 전립선암 등 비뇨기과에서 사용됐다. 넓은 수술 시야와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한 위암, 갑상샘암 대장암, 췌장암, 산부인과 종양을 중심으로 확산된다. 특히 산부인과는 젊은 여성에게 자궁, 난소 양성 종양이 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는다. 수술 부위 절개가 거의 없어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일반적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수술 시간과 회복시간도 단축된다.

문 센터장은 “젊은 산부인과 종양 환자가 늘면서 미용에 대한 우려로 로봇수술을 많이 찾는다”면서 “싱글사이트 수술은 기존 배꼽을 이용해 흉터가 보이지 않고, 합병증 우려 등도 적어 첨단수술 대표주자로 자리 매김한다”고 말했다.

◇의사 역량, 의료기기 수준 고도화 과제도

문혜성 이대목동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수술도구가 들어간 로봇팔을 조정하고 있다.
문혜성 이대목동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이 수술도구가 들어간 로봇팔을 조정하고 있다.
많은 장점을 가지지만 국내에서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을 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로봇수술은 의사가 조종만 해서 간단한 수술로 오해하기 쉽다.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은 하나의 구멍에 2~4개 수술기기를 집어넣는다. 여러 구멍을 뚫는 로봇수술과 비교해 수술기구 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멀티사이트 로봇수술은 보조자가 있어 각자 맡은 구멍으로 수술도구를 넣어 집도의를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싱글사이트는 보조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의사 개인이 수술도구 대부분을 조정해야 한다.

문 센터장은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은 환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의사는 작은 구멍에 여러 수술기구를 집어넣어 수술을 해야 해 시야와 각도가 좁다”면서 “절제부분이 직선이 아닌 점, 수술도구 종류가 제한적인 점, 많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점 등으로 숙련된 의사가 아니면 싱글사이트 로봇 수술 시도조차 못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발전이 수술법 고도화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싱글사이트 로봇수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적극적인 신규 장비 도입과 의료진 활용이 컸다. 실제 전 세계에 로봇 수술기기 다빈치를 공급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싱글사이트 로봇수술 역량을 인정, 관련 분야 전문가를 해마다 초청한다. 차기 버전 개발 위한 현장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문 센터장은 “미래 수술은 가장 작은 구멍으로 많은 부위를 치료하는 자동화 접목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미래 가능성과 의료진 수요를 접목해 우리나라 로봇수술 기기 시장을 육성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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