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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나인 연중기획] 2020년 잘 노는 사람들⑥, 수림문학상 소설가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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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나인 연중기획] 2020년 잘 노는 사람들⑥, 수림문학상 소설가 최영
  • 임준 기자
  • 승인 2020.02.1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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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놀고 성공하는 사람들과의 유쾌한 만남
소설가 최영,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인간들을 사정하다

[프레스나인] 임준 기자=2020년, 사람들은 새로운 사업을 꿈꾼다. 다소 거창한 계획은 희망도 주지만 기대가 커져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된다. 몸이 굳어지고, 계획은 틀어진다.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본인이 재미있게 놀고 싶어 하는 것을 하면 어떨까? 노는 사람들이 성공한다고 한다. 2020년, 정말 잘 노는 사람들 50인을 취재한다. 그 여섯 번째 순서로 2019년 제7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최영 작가를 만나보았다.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사회적 관심을 통해 손해 사정의 잣대를 가지다

“자네 등산 좋아하나?”

소설가 최영의 첫 장편소설이자 제7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로메리고 주식회사>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 정우는 몇 년간의 고시 준비가 실패로 끝나자 손해사정 회사에 취업한다. 그 회사의 사장이 정우에게 꺼낸 이 뜬금없는 한 마디는 소설의 마지막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정우는 한 회사의 구성원으로 풀 수 없는 인간관계의 복잡함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 소설은 정우가 몇 년간 모든 것이라 믿었던 법이라는 명료한 잣대가 통하지 않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가 최영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수입도 좋았고, 괜찮은 출발이었다. 사회가 원한 좋은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한다는 면에서 최영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레일 위에서 달리면 되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평소에 돈보다도 사회적 의미나 가치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불평등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있어 개인적으로 소소한 후원도 해봤고요.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개인적인 성공이나 돈을 버는 것보다도 사회적 의미를 찾는 일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이직을 했어요”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최영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으로 직장을 옮긴다. 사회적 기업은 좋은 취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라는 생리는 같았고, 최영이 평소에 생각하는 것보다도 좀 달랐다고 한다. 원하는 만큼의 기업의 가치나 목적이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영은 열심히 일했고, 깨달은 바도 많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그 이후로 다시 원래 하던 사기업으로 돌아왔어요. 손해 사정과 관련된 회사였어요. 소설에서도 묘사했지만, 그쪽에도 갑과 을이 명확해요. 아무래도 보험사가 갑이고 손해사정 회사가 을이잖아요. 양쪽을 다 경험해 본거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선후배들도 많았고, 해본 업무라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소설가 최영과 장편소설 '로메리고 주식회사' (사진=임준)
소설가 최영과 장편소설 '로메리고 주식회사' (사진=임준)

최영은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훗날 장편소설의 주 무대가 된다. 그곳에서 최영은 인간들이 가진 각자의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평가를 담당했다. 보험과 관련해서 손해를 사정하는 일은 꽤나 복잡하고 힘든 일이라고 한다. 사건을 둘러싸고 각자의 사정이 다르고, 서로의 입장이 상이하여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평가를 내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사회적기업컨퍼런스에 참여한 소설가 최영 (사진=소설가 최영)
국제사회적기업컨퍼런스에 참여한 소설가 최영 (사진=소설가 최영)

번역 일을 시작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다

최영은 직업과 관련하여 우연히 번역 일을 하게 된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얻게 된 전문성이 기반이 되었겠지만, 최영에게 번역일은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전문 번역가가 아니었지만, 최영의 호기심이 점점 더 번역 분야로 옮겨가고 있었다.

“전문적인 기술번역도 재미있었고, 업무와 관련된 사항들과 관련한 번역 일을 하면서 이 세계가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해사정 일을 하면서 배우고 경험한 세계도 좋았지만, 번역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하는 일들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전문 번역사의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그 이후 최영은 전문 번역사로 다양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영상 번역 일도 하게 되는데 이 기회로 방송에도 출연하고, 팟 캐스트의 게스트로 나가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전 기업에서 지냈던 것과는 다른 자유로운 대외활동이 있어서 최영은 좋았다고 말했다.

“이런 새로운 경험들이 제게는 기름이자 에너지가 되었다고 봐요. 그리고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행복이란 궁극적인 인간의 목적이 아니라고 봐요. 새로운 길을 가게 하는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거기에 안주하고 머무르려고 하잖아요. 평생을 주유소만 찾아다니는 차 같다고 생각해요. 기름을 주유했으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떠나야죠. 모든 차에는 행선지가 있으니까요”

고용노동부 강의쇼 방송 출연 (사진=소설가 최영)
고용노동부 강의쇼 방송 출연 (사진=소설가 최영)
팟캐스트 진행 (사진=소설가 최영)
팟캐스트 진행 (사진=소설가 최영)
라디오 패널로 출연 (사진=소설가 최영)
라디오 패널로 출연 (사진=소설가 최영)

번역가로서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글들도 많지만, 지은이로서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한 최영. 특히 영상번역가로서 전문성을 가지게 된 최영은 다시 또 다른 영역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소설 작업이다. 정통 문학이 침체기인 시기에 최영처럼 문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순수 소설을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대중성과 진입이 편한 웹소설 등으로 진출한다.

“전문적인 문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단편 작업도 하고, 소설이 가진 장르적 특성들을 연구했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을 수림문학상에 출품했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출품한 작가 분들 중에 기성 작가 분들도 많았거든요. 수림문학상은 신인 등용문이 아니에요”

소설가 최영 (사진 =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 =임준 기자)

최영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이름 있는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작품들이 출품되고, 예심에서 대부분의 작품들이 걸러진다. 본심도 역시 치열할 수밖에 없다. 문단의 쟁쟁한 기성 작가들로 이루어진 본심 심사위원들의 토론과 평가 과정을 거쳐 단 한 작품만 수상작으로 선정된다.

“로메리고 주식회사란 이 작품은 한국사회를 집약해 놓은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의 군상이 나오고요. 화학 기호를 소제목으로 해서 이야기한 것도 복잡한 사회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이었죠. 주인공 정우 또한 역시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이에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죠”

7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하는 소설가 최영 (소설가=최영)
7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하는 소설가 최영 (소설가=최영)
7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하는 소설가 최영 (소설가=최영)

인생은 우연의 세계로 다가가는 모험이다

최영은 본인의 말대로 운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골방에서 작업하면서도 몇 년째 문학지에 단편 한 편 못 올리는 문학 지망생에 비해, 소설가 최영은 국내 큰 문학상에서 수상되어 화려한 등단을 했고, 꽤 큰 상금도 받았으며,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주목받은 소설가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클 것이다.

“말씀대로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차기작을 쓰고 있어요. 단편도 하고, 장편도 쓰고 있고요. 대외활동보다는 집필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는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면서 우연히 자신의 사명을 발견한다고 봐요. 괴테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방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최선을 다해 그 방황과 사명을 해내는 것도 중요하죠”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은 막연한 목적을 붙들고 고집하는 것은 실제의 인생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신에게 소설을 쓰는 것이 주어졌고, 그 사명을 감당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잘 노는 것이고 행복한 일이며, 그 에너지로 다시 뭔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저는 지금 시대가 가진 덕목 중에 하나가 개인에게 여유를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 여유는 여러 가지 일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죠. 한 때 한국사회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로 사명감을 가지고 목적의식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시대가 있었잖아요. 지금도 물론 그런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겠죠. 하지만 개인의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 <로메리고 주식회사> 주인공 정우는 나이 들어 입사한 회사에서 좌충우돌한다. 개인이나 사회적 가진 손해가 존재하고, 그 손해를 보상할 평가가 존재하는데, 보상을 바라는 대상이든,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이든 모두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다. 하지만 이 복잡한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을 하고 다시 질서를 회복한다. 그리고 뭔가 바뀌어져 있다.

“한국 사회가 가진 법과 도덕은 어떤 의미로는 관대함을 가장해서 왜곡되어 있잖아요. 사람들의 입장들을 최대한 이해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경우는 굉장히 단호한 입장이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굉장히 관대함과 이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만구요. 그렇기에 사회는 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움직입니다. 주인공 정우 또한 그 안에서 굉장히 고민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소설가 최영 (사진=임준 기자)

그래서 이 소설의 마지막을 본 독자는 책을 덮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될 듯싶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현실적인 감각과 표현에도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삶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유쾌하다기 보다는 한 판 잘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부분이 소설가 최영이 처한 현실의 입장이 아닐까?

소설 '로메리고 주식회사' (사진=알라딘)
소설 '로메리고 주식회사' (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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