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연중기획] 2020년 잘 노는 사람들⑪,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상태바
[프레스나인 연중기획] 2020년 잘 노는 사람들⑪,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 임준 기자
  • 승인 2020.03.16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미있게 놀고 성공하는 사람들과의 유쾌한 만남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확실한 인생을 보여주다

[프레스나인] 임준 기자=2020년, 사람들은 새로운 사업을 꿈꾼다. 다소 거창한 계획은 희망도 주지만 기대가 커져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된다. 몸이 굳어지고, 계획은 틀어진다.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본인이 재미있게 놀고 싶어 하는 것을 하면 어떨까? 노는 사람들이 성공한다고 한다. 2020년, 정말 잘 노는 사람들 50인을 취재한다. 그 열한 번째 순서로 수의사로서 행복을 찾은 김연아 원장을 만나보았다.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 인생, 삶을 바꾸어 놓다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태국어를 전공했다. 김 원장은 외국어를 전공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어를 좋아했기에 졸업 후 영어 강사의 삶을 선택했다. 본인이 원한 삶이었기에 영어 강사로서 김 원장은 꽤 성공적인 직업인이 되었다. 수입도 좋았고, 누가 봐도 괜찮은 삶이었다.

“대전에 있는 기업 초청으로 영어 토익 수업을 하러 갔었어요. 그때 충남대학교 교정을 보고 정말 마음에 들었죠. 크기도 어마어마하고, 건물도 너무 멋지고, 벚꽃이 날리는데 외국에 어떤 캠퍼스보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학교에서 공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알아봤는데, 수의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평탄한 인생에 찾아온 낯선 국면이었지만, 김 원장은 굉장히 행복한 마음으로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한다. 한 1년 편입 공부를 학원에서 하고 진학할 마음을 가지고 일단 시험을 보자하고 2달 열심히 공부했는데 덜컥 시험에 합격했다. 충남대학교 수의대 본과 2학년에 편입되었다. 

“주변에서 모두 말렸어요. 영어 학원 강사로 잘 나가고 있는데, 왜 전혀 가본 적 없는 길을 가느냐고 다들 난리였죠. 물론 다시 몇 년 전에 제자리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길은 쉽지 않은 거죠. 저 역시 그랬죠. 하지만 전 한 번 마음먹으면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에요. 결국 수의대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하지만 역시 쉽지 않은 길이었다. 생명을 다루는 수의사가 되는 길이 결코 평탄하지 않으리란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김 원장은 험난한 길이었다고 한다. 이수해야할 과목도 많았고, 넘쳐나는 임상 실습. 그리고 준비해야할 국가고시를 갖은 노력 끝에 패스하고도, 인턴 생활도 반드시 거쳐야 했고, 여기 저기 가서 허드레 수의사 생활도 오래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의대에 여자 학생들이 있었는데, 졸업하고 시집가고, 인턴 하다가 그만두고, 수많은 친구들이 그만두더라고요. 그만큼 힘든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전 참아내고 결국 제대로 된 수의사로 개원할 수 있었어요. 수의대를 갈 때만 해도 한국에 동물병원이 많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참 많아지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수의사에 대한 대우나 환경들이 많이 좋아졌죠.”

수의사 면허증 (사진=임준 기자)
수의사 면허증 (사진=임준 기자)

많은 사람들이 때론 잘못된 선택으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후회하고 방황한다. 하지만 김 원장은 생각이 들면 바로 선택하고 추진한다고 한다. 미루면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기도 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김 원장은 생각한다. 물론 영어강사에서 수의사가 되는 과정은 생각만 가지고 될 일은 아니다. 그것은 끝까지 해 내려는 의지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리동물병원 입구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입구 (사진=임준 기자)

동물과 인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동물은 그냥 아기들이에요. 단순하고 귀엽죠. 수의사로서 치료를 통해 동물들이 완치가 되는 것을 보면 보람도 있고 멋지긴 하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치료가 되지 않는 동물들도 많아서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동물들이 그 고통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해줄까 고민해요.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동물을 좋아하면서 수의사를 한다는 것은 오히려 힘든 일이에요. 직업적인 입장에서 냉철하게 해야 할 것이 더 많잖아요.” 

그러면서 김 원장은 아픈 동물을 병원에 데려오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반려동물에 정말 큰 애정과 집착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오히려 연민도 생기고, 걱정도 된다고 김 원장은 말한다. 사람들은 본인이 다친 마음을 동물을 통해 위로 받기도 하고 때론 자신의 위치를 잘 이해 못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큰 부분이라고 말한다. 

우리동물병원 수술실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수술실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방사선실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방사선실 (사진=임준 기자)

“정말 돈 많은 분들에게 있어 고가의 치료약을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볼 때 그게 의학적으로 효과가 없다면 쓰지 마시라고 이야기합니다. 동물에게도 안 좋은 일이에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수명을 연장하는 모습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돈이 없어 동물을 안락사 못 시키는 사람들도 많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그런 분들에게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도움을 많이 드리고 싶어요.”

동물 침 시술중인 김연아 원장 (사진=김연아 원장)
시술중인 김연아 원장 (사진=김연아 원장)

김 원장은 과거와 달리 최근 수의학은 정말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병원처럼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수의학도 세분화되고 전문화 되어 가는 추세라고 한다. 후배들을 보면 정말 우수한 인재들도 많아지고 현대화된 장비들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것에 김 원장은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그런 의미에서 2016년 저도 새로운 도전을 했어요. 뭔가 새로운 변화를 가지고 싶기도 했고, 수의사로서 한방 침술을 배우고 싶었어요. 서양의학은 훌륭하지만 역시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거든요. 근골격계 질환이나 관절염에 유용하고, 뜸을 활용해서 고칠 수 있는 질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국제수의침술협회인 IVAS(International Veterinary Acupuncture Society)에 이메일을 보내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죠.”

한국에는 침술이나 한방 관련 자격증을 가진 수의사가 없었다. 김연아 원장은 IVAS 과정을 수료해 국제자격증을 취득한 첫 번째 수의사가 결국 되었다. IVAS를 수료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강의 및 워크샵 과정을 거쳐 필기 및 실습 시험을 합격해야 한다. 8개의 과정을 이수하고 매번 시험을 치는 과정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10개의 케이스리포트와 국제학술지에 게재할 수 있는 수준의 2개의 연구결과가 통과되어야 최종 자격증이 주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같이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동료 의사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IVAS 자격증 (사진=임준 기자)
IVAS 자격증 (사진=임준 기자)

“협회가 인정한 교육기관이 몇 안 되거든요. 그중에 전 호주로 가서 과정을 이수했어요. 그런데 거기 가 보니까 시험도 그렇고 정말 제일 어려운 곳이었어요. 다른 나라의 교육기관은 개나 스몰 애니멀만 시험 보는데, 호주는 말도 보고 큰 동물들도 다뤄야하거든요. 정말 힘들었고, 다시는 공부 하고 싶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웠어요. 그런데 참 제 자신도 못 말리는 게, 자격증 취득 이후에는 더 공부하고 싶어서 미국 캘리포니아 말 수의사인 케빈 메이로부터 2달간 말 침 교육을 수료했어요.”

김 원장은 수의사로서 제대로 된 실력과 자격을 가지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제대로 된 실력이나 자격 없이 한방 침술을 하는 일부 수의사의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일부 돈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 동물이나 말을 혹사시키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너무 화가 나서 현장 가서 동물들을 구해내려고 여러 가지 노력도 했다고 한다. 

미국 말 침 교육기간중 수의사 케빈 메이와 함께 (사진=김연아 원장)
미국 말 침 교육기간중 수의사 케빈 메이와 함께 (사진=김연아 원장)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김연아 원장)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김연아 원장)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한 곳에서 정말 참혹한 말을 봤어요. 진흙 바닥에서 근육이 하나도 없는 버려진 불쌍한 말을 보면서 사람들의 잔인함을 보았죠. 어떻게 든 치료해 보고자 했지만 그게 그 말에게는 더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거죠. 정말로 동물을 사랑한다면 관리하고 애정을 가지는 게 기본이잖아요. 이런 것들이 한국 사회에서 동물과 인간이 같이 가기 위해 가져야할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소박한 삶을 지향하며 살아갈 꿈을 꾸다

김 원장은 본인이 냉철하다고 생각한다. 관찰이나 직관이 원래부터 뛰어났다고 한다. 그 덕분에 좋은 길로 들어왔고, 열심히 살아온 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김 원장은 믿는다. 하지만 너무 칼 같은 판단으로 인해 힘든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눈에 보이니까 더 가까이 갈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원장은 지금의 삶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제가 수의사로서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새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다들 정말 젊게 살잖아요. 그래서 수의사 생활을 오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도 욕심내지 않고,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죠. 명품 같은 것은 안사요. 외제차 재규어를 산 이유도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였어요. 하하하”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김연아 원장)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김연아 원장)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김연아 원장)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김연아 원장)

수의사가 아니었다면 바리스타나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김 원장. 하지만 수의사가 된 게 더 좋다고 말한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동물들을 구하고 치료하는 수의사가 가장 적합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 상처받고 치유하고 하면서 스스로도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김 원장.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뭐가 더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아프리카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세렝게티나 대자연, 동물들을 돌본다는 의미보다는, 조그마한 소도시에서 선셋이나 바오밥나무 등을 보며 맛있는 거 먹으면서 소박하게 살고 싶어요. 너무 발전된 곳에서의 삶보다는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순박한 사람들과 살고 싶어요. 할머니가 운영하는 아주 저렴한 방을 얻어서 이웃 주민들과 같이 나누고 인정을 베푸는 곳이라면 너무 좋겠죠?”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김 원장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행복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고 그녀는 믿는다. 그리고 봉사도 가능하며, 소박한 삶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과연 그녀는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을까?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우리동물병원 김연아 원장 (사진=임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