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2025년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전체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1.5% 증가하며 겉보기엔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브랜드 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3%나 감소하며 시장의 불안정성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54% 가까이 EV 판매량이 급감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브랜드 중 하나로 기록됐다. 2024년 상반기에 29,508대를 팔았던 기아는 2025년 같은 기간 동안 13,631대에 그치며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주요 모델인 EV6와 EV9 모두 판매가 크게 줄었고, 니로 EV 역시 68% 가까이 감소하며 전체 하락세를 견인했다. 특히 2분기 단독 실적만 보면 72.5%의 감소폭을 기록해, 수요 급감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 전반이 미국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반면 현대차는 전체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2025년 상반기 EV 판매량은 28,407대로, 전년 동기(29,076대)와 비교했을 때 2.3% 소폭 감소에 그쳤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다른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특히 Ioniq 5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19,092대를 판매하며, 현대차 전기차 중 유일하게 실질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Ioniq 6는 6,322대로 소폭 감소했고, 코나 EV는 42% 넘게 줄어들었지만, 전체 브랜드 실적을 뒷받침한 것은 분명 Ioniq 5였다. 최근 출시된 신모델 Ioniq 9도 1,000대 이상 판매되며 시장 진입에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와 같은 실적 차이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 전략과 모델 구성, 시장 반응에 따라 뚜렷이 갈린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주력 모델의 상품성과 시장 신뢰도를 기반으로 선방한 반면, 기아는 핵심 모델 전반의 수요가 급감하며 조기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 EV 시장의 절대 강자인 테슬라는 여전히 시장점유율 46%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내부적으로는 균열이 감지됐다. 2025년 상반기 테슬라는 총 271,635대를 판매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한 수치다. 모델 Y는 여전히 단일 모델 기준으로는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었지만, 판매량은 198,030대에서 150,171대로 무려 24%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모델 3는 오히려 전년 대비 38% 이상 증가하며 10만 대 이상 판매됐고, 이를 통해 테슬라는 전체 하락폭을 다소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사이버트럭의 판매가 2분기에만 51% 급감했다는 점으로, 테슬라의 일부 차종에 대한 소비자 피로감 혹은 기술 완성도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2025년 상반기 미국 EV 시장은 겉으로는 성장했지만, 브랜드별 성적은 양극화되고 있다. 테슬라는 여전히 절대강자이지만 개별 모델에 따라 수요 편차가 심화되고 있고, 현대차는 주요 모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기아차는 전기차 핵심 모델 대부분이 외면받으며 깊은 부진에 빠졌다. 여기에 EV 세액공제 혜택이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 EV 시장은 ‘기술’보다 ‘수요의 문제’에 직면했으며, 브랜드들은 보다 뚜렷한 제품 차별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