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최대 숙원사업 ‘산학협력단 설립’ 왜?
상태바
국립대병원 최대 숙원사업 ‘산학협력단 설립’ 왜?
  • 최광석 기자
  • 승인 2022.04.04 0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과 병원, 독립된 법인격…연구 자원 및 인력 운용 문제 불거져
개정안 국회 교육위 계류 중…“연구체계 정상화 첫 걸음”

[프레스나인] 국립대병원의 산학협력단(이하 산단) 설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대와 별도 법인인 국립대병원의 경우, 교수 상당수가 병원 소속으로 돼 있어 대학 산단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립대병원과의 연구 경쟁에서 뒤처지고 연구인력 채용 및 운영에 있어 법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국립대병원 산단 설립을 통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병원계 목소리다. 

국립대학병원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국립대병원 재임 교수는 총 3307명이다. 이중 대학과 병원에 동시 소속돼 있는 전임교수는 전체의 40.27%인 1332명이다. 

기금교수, 임상교수, 진료전담교수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나머지 약 60%는 법인 소속이 다르다. 사립대병원이 대학 소속인 반면, 국립대병원은 대학법인이나 국가로부터 독립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돼 있기에 대학 소속 겸직교원을 제외한 병원 소속 교수는 대학 산단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또 대학 산단 이용이 가능한 전임교수의 경우에도 임상과 밀접히 연계돼 있는 의학연구 특성과 이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평가기준 등으로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국립대학원 및 사립대병원 설립 형태와 산학협력단 이용 차이 자료/국립대학병원협회 자료 재구성
국립대병원 및 사립대병원 설립 형태와 산학협력단 이용 차이 자료/국립대학병원협회 자료 재구성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대학에 설치된 산단을 이용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연구 인력 관리 및 지속적인 연구의 질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대학 산단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원은 병원 소속 교수의 개인 연구원 형태로 고용해야 하는데 4대 보험 처리가 불가능해지는 등 기본적인 처우 및 노동권 보호 문제도 불거진다. 

협회 집계 결과, 2021년 1/4분기 기준 서울대병원의 비직원 연구인력은 본원 1108명, 분당서울대병원 604명 등 총 1712명에 달한다. 이들 외에 다른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는 교수 개인 연구원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조차 할 수 없다. 

연구원들의 고용 불안정성은 우수 연구인력 이탈 등의 문제를 불러오고 이는 연구 지속성 및 안전성 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에 협회는 지난 2019년부터 국립대병원 내 산단 설치 제도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과 12월에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 당 윤영덕 의원이 각각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 산단 설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병원 산단이 설치되면 대학으로 들어오는 연구비와 간접비 등이 감소해 국립대 총장들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일부 국립대 총장이 공공연하게 ‘법 개정을 막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병원 산단이 생기면 대학으로 징수되던 간접비가 병원으로 넘어가 금전적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립대병원의 연구 역량을 약화시키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병원 교수들이 계속 임상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들면 대학으로 겸직발령이 나거나 학교 산단으로 간다. 그러면 더 큰 연구에 대한 간접비가 대학으로 갈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우수한 연구 인력이 사립대병원으로 빠져나간다. 정말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이 관계자는 조속한 법 개정으로 국립대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불합리와 편법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관계자는 “병원 연구원을 대학 산단에서 채용하면 사용자에 대한 법률분쟁 소지 및 보수체계 등 노무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연구원을 고용한 교수는 불법 고용주, 병원장은 불법 고용주의 대부’라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아무리 능력 있는 연구원도 계약기간(2년)이 지나면 내보내야 한다. 연구가 성과를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매번 연구원이 바뀌는 상황에서 무슨 성과가 나오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신약개발 및 의료기기 산업고도화, 보건의료 데이터 관련 연구를 위해선 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병원의 산단 설치는 연구체계 정상화의 첫 걸음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국립대병원들의 역량이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 산단 설립은 현재 모든 국립대병원의 가장 큰 숙원사업이다. 우리 병원 집행부에선 총장 선거를 나가는 교수들에게 산단 설립과 관련한 건의를 계속 올리고 있다”면서 “만약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향후 각 국립대 총장 선거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시킬 계획도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개정안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아직 윤영덕 의원실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