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기업 에임드바이오에 투자한 데 이어 회사 경영에도 직접 참여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연구개발(R&D) 양쪽에서 ADC 경쟁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며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에 다가가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정남진 바이오연구소장 부사장은 올해 3월부터 에임드바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9월 에임드바이오에 대한 지분 투자를 발표한 뒤 약 반년 만에 이사 선임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정 부사장의 에임드바이오 이사회 합류는 양사 간에 보다 긴밀한 교류를 진행하기 위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2022년 차세대 생산기술 플랫폼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CEO 직속으로 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한 뒤 초대 연구소장으로 정 부사장을 영입했다. 정 부사장은 머크, BMS,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업체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임드바이오의 지분을 직접 소유한 것은 아니다. 투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등 3사가 공동 출자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런 간접적인 투자에 그치지 않고 에임드바이오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AD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CDMO사업의 주력 아이템이었던 단일항체 의약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규 플랫폼을 개척하고 있다. mRNA, ADC, 세포유전자치료제, 이중항체 등을 공략하는 중이다. 이 가운데 최근 ADC에 관한 투자가 활발하다.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의 부작용을 개선한 ADC의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발생한 ADC 관련 기술 거래 규모는 430억 달러에 이른다. 관련 임상 건수도 급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DC 시장 공략을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은 R&D와 의약품 생산 양쪽에서 추진되고 있다. 먼저 R&D를 보면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한 유망 기업 투자 및 기술 협력이 골자다. 에임드바이오는 2018년 삼성의료원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으로 독자적인 ADC 기술의 경쟁력을 인정받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트너로 낙점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임드바이오와 협업해 ADC 툴박스 공동 개발 등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R&D 파트너는 에임드바이오뿐이 아니다. 앞서 스위스 아라리스바이오텍, 미국 브릭바이오 등 ADC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차례로 합류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같은 다방면의 협력으로 ADC 기술을 내재화하는 한편 자체 ADC 생산 능력을 배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연말 준공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ADC 의약품 전용 생산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이 시설은 최대 500L 규모 생산 설비를 갖추고 항체, 접합 개발 및 생산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ADC 시장이 발달할수록 CDMO 통합 서비스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체, 링커, 페이로드로 구성된 ADC는 각 요소가 제때 조달되지 않을 경우 생산 공정에서 병목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특성상 단일 제조시설에서 개발부터 생산까지 수행하는 편이 타임라인 지연을 피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ADC 개발에 필요한 복잡한 단계는 CDMO에서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을 통해 단순화, 가속화가 가능하다”며 “항체 생산에 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문성과 ADC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요소별 기술의 확보를 통한 ADC CDMO사업에서 기회요인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