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최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미래에셋증권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밸류업 계획에 대해서 C학점을 부여했다. 박현주 회장이 미등기이사로 실질적 경영활동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전략가(GSO)로서 미등기·비상근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을 지배하고 있다. 포럼은 미래에셋증권 이사회는 박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해서 책임경영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수가 등기 임원으로 책임 경영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총수가 미등기 임원으로 계열사에 등재된 경우는 허다하다.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총수 중 미등기 임원으로 계열사에 등재된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6명이다.
경영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권한과 혜택만 챙기는 관행은 미래에셋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들 모두의 문제다. 이보다 더 심각한 거버넌스 이슈는 대부분의 이사회가 총수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압도적인 지분을 가지고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총수의 영향력을 이사들이 무시할 수 없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총수가 원하는데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기업 이사회는 이사들은 독립적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1985년 애플 이사회로부터 해임되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페이팔 이사회로부터 해임된 경험이 있다. 한국도 법적으로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해야 한다.
이어 포럼은 “미래에셋증권이 계획대로 2030년까지 1억주(또는 발행주식의 13%)를 소각한다면 유통 물량만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사주 매입 소각의 주 목적이 유통 주식을 줄이는 것인데 이를 비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선행을 행한 사람을 꾸짖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가 노무라증권의 사례처럼 밸류에이션이 레벨다운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또한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논리가 부족한 분석으로 보인다. 노무라는 고비용 구조의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 및 유럽 비즈니스를 인수해 노무라라고 이름을 바꾼 것이 패착이었다. 브랜드가 매우 중요한 법인 영업에서 ‘리먼브라더스’와 비즈니스를 하던 기업들에게 ‘노무라’를 사용해 달라고 하면 속된말로 ‘폼’이 나지 않는다. 리먼브라더스의 고객들이 이름이 바뀌고 다 떠나면서 적자구조로 바뀌면서 밸류에이션이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사업은 ‘미래에셋’ 브랜드로 시작을 했고 꾸준히 브랜드빌딩을 해왔다. 기관영업 뿐만아니라 M&A를 통해 리테일영업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은 2020년 업계 최초로 해외에서 연간 세전순이익이 2000억 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올해 초 300억 루피(약 4800억원)를 투입해 쉐어칸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쉐어칸은 인도 10위의 증권사로 인도 전역 400개 지역에 130여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당기순이익은 2100만 달러(약 284억원)를 기록했다.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에서 10위권의 리테일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매래에셋증권의 해외 사업이 밸류에이션 레벨업 요인이 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