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셀트리온 생산시설 착공 예정...롯데바이오는 2026년 1공장 준공
모달리티 대결 눈길, 항체의약품+ADC 영역 공유
[프레스나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신생기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하게 됐다. 바이오의약품 강자 셀트리온이 CDMO 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것.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으로 굴지의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쌓은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규 수주를 두고 셀트리온과도 파이를 나눠야 할 처지다. 셀트리온은 자체 바이오시밀러의 대량 생산 및 규제당국 승인 경험이 풍부하기까지 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못지않은 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 2027년, 셀트리온 2028년 상업생산 시작...수주가 관건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CDMO 사업을 본격화하는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셀트리온은 올해 말 CDMO 전담 자회사를 설립한 뒤 내년 국내 생산시설 착공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공장 준공, 밸리데이션 등을 거쳐 2028년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여유롭지만은 않은 일정이지만, 회사는 그동안 대규모 생산시설을 조성한 노하우를 활용해 건설 및 규제 관련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장 건설 비용도 경쟁사 대비 3분의 2 수준에 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 공장 규모는 10만리터로 정해졌다. 이후 최대 20만리터까지 국내에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만 CDMO 사업으로 2조원가량의 매출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CDMO 사업을 진행하면서 최소한 1만리터당 매출 1천억원 이상이 나오게 하려고 한다”고 기업설명회를 통해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30년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서 총 36만리터 규모 CDMO 공장 3곳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지어지는 1공장은 올해 7월 착공했고 2026년 1월 준공, 2027년 초 상업생산이 예정됐다.

셀트리온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계획대로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부터 수주를 따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CDMO 기업으로서 엄격한 품질 관리,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셀트리온이 롯데바이오로직스보다 한층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셀트리온은 2002년 CMO 사업으로 출발해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 자체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의약품을 양산하고 있기도 하다. 서 회장은 애초 CDMO 진출 자체가 여러 고객사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며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 물밑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시설에 관한 트랙레코드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앞서 BMS로부터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인력을 활용해 생산과 품질 노하우를 송도 캠퍼스에 이식하는 중이다.
◆롯데바이오 항체의약품, ADC 집중...셀트리온 ‘플러스 알파’
셀트리온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대결 구도는 생산 품목에서도 그려진다. 가장 글로벌 수요가 풍부한 항체의약품은 물론, 차세대 의약품으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쪽에서 수주를 다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캠퍼스를 항체의약품 중심으로 조성하는 가운데,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ADC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중이다. 4분기 내 ADC 생산시설 증설을 완료해 내년 1분기 GMP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다. 또 국내 카나프테라퓨틱스, 미국 NJ바이오 등 파트너사들과 협업으로 고객에게 ADC 기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셀트리온도 항체의약품과 ADC를 강조하고 있다. 일단 자체 개발하는 파이프라인부터 항체, ADC에 특화한 상태다. 여러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을 항체 기반으로 선보이는 한편 ADC 신약도 개발에 들어갔다. 이런 경험을 CDMO 서비스에 녹여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문 분야인 항체 쪽에서는 피하주사 제형 전환을 가능케 하는 히알루로니다제, 간편한 복용을 위한 경구용 항체 등의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전체 CDMO 영역이 항체의약품, ADC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mRNA 백신, 마이크로바이옴, 펩타이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다양한 품목의 CDMO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 CDMO인 론자보다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향후 CGT 등 새로운 CDMO 분야로 확장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경영진 교체 후 확장 여부에 대한 새로운 방침이 제시될지 관심이다. 롯데그룹은 12월 외부 바이오 전문가를 영입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에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