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의 ‘원(One)IT’ 전략에 따라 한국법인인 필립스전자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맡고 있던 김경석 상무의 직무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독자적으로 IT 전략을 세우는 일이 줄어든 대신 글로벌 IT 전략을 최접점에서 현실화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김 상무는 “세계 법인이 하나의 IT 비전과 운영 모델을 갖고 한국도 글로벌 IT 조직의 한 부분으로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으로 반경이 넓어진 김 상무의 역할은 여러 개다.
![[인터뷰]김경석 필립스전자 상무](/news/photo/201910/6310_craw1.jpg)
각 나라의 특성에 맞춰 담당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바뀐 IT 전략에 맞춰 협업과 의사소통을 하고자 지역 문화나 나라별 국민성을 극복하기 위한 문화적, 기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별 담당자의 경험, 성공사례 혹은 문제점을 공유하는 토론 형식의 회의, 회의 내용 공유 등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 의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몇 년간 필립스의 글로벌 IT 전략을 몸소 체험한 김 상무는 국내 IT 기업의 전략을 위해 뼈있는 조언을 쏟아냈다.
김 상무는 “최근 중앙 집중화에 따라 글로벌 정책을 전 조직이 공유하면서 각 지역 IT 책임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방관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각 지역 혹은 클러스터별로 IT 책임자들의 협의체를 운영해 각 지역의 비즈니스 특징이 중앙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모든 IT 인력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토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 무조건적 아웃소싱보다는 적절한 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전략수립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바른 소싱(Right Sourcing)’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소싱이 TCO 관점에서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가장 강조한 것은 서비스수준협약(SLA)의 중요성이다. 필립스는 원IT 체제로 전환 이후 모든 IT 서비스가 SLA를 매개로 이뤄진다. 김 상무는 “SLA 담당자가 아웃소싱 제공자와 모든 지역, 비즈니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SLA 및 서비스 카탈로그를 개발 및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잘못된 SLA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IT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다.
사용자와 접점에 있는 조직 강화와 권한 이양도 필요함을 언급했다. 사용자 요구사항을 민첩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사용자 만족도를 서비스 개선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재 전략도 새로워져야 한다. 김 상무는 “진정한 글로벌 조직이 되기 위해선 각 지역의 인적자원을 잘 관리하면서 글로벌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적 특성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을 잘 배치해야 한다.
필립스전자의 미래를 지원하는 김 상무는 개인적으로 “CXO의 마음 자세로 프로세스와 솔루션의 융합과 혁신을 통해 운영을 최적화해야 할 것”이라며, “인력 역량 향상, 올바른 소싱 전략, 시장과 고객에 대한 민첩한 반응으로 IT가 지원하는 비즈니스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IT 역할은 고객과 민첩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추고 회사 성장의 근본적인 역할자(Enabler) 노릇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저작권자 © PRESS9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