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실패 책임을 물어 한국후지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금액 100억원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동산의료원은 2014년부터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주 사업자는 한국후지쯔를 선정했다.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을지병원 등 차세대시스템 구축 경험을 보유했기 ?문이다. 후지쯔는 자체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을 동산의료원 환경에 맞춰 재개발키로 했다.
동산의료원은 사업 수행 2년이 지났지만 성과가 없자 외부인력을 투입해 추진현황을 점검했다. 조사 결과 시스템 오픈 시점까지 프로젝트 완료가 어렵다고 판단, 사업을 중단했다. 소송을 제기하고 이지케어텍을 대체 사업자로 선정했다.
동산의료원 관계자는 “작년 외부 기업을 통해 사업 진척도를 파악했는데, 오픈 예정 시점에 임박했지만 30%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원무 등 현업에서도 오류가 심해 사용할 수 없어 사업자 교체와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소송 쟁점은 프로젝트 지체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 지다. 한국후지쯔가 애초에 사업설계를 잘못 세웠거나 수행 과정에 과실이 있는 경우 지체 원인은 수행기관에 있다. 동산의료원이 사업과정에서 추가 요구사항을 지속 제시하거나 성실 협력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게 입증되면 상황은 바뀐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수행기관은 계약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있고 발주자도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정보와 자원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면서 “어떤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밝히는 게 이번 소송 핵심”이라고 말했다.
소송은 우리나라 대형병원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비효율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상급종합병원급 대형병원은 5~7년 주기로 수백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대부분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과정이 복잡하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 400억원을 투입한 서울아산병원은 프로젝트 실패 책임을 두고 LG CNS와 소송 중이다. 삼성서울병원도 당초 목표보다 인력, 예산 등을 추가로 투입해 1000억원에 달하는 차세대 사업을 우여곡절 끝에 완료했다.

병원 문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병원 IT시스템 구축과정에서 의료진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쉽지 않다. 사업 수행 과정에서 추가 요구사항이 빈번한 것도 사업 실패 요소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병원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 핵심은 사업 설계단계부터 요구사항을 면밀히 파악해 구현하는 것”이라면서 “사업수행업체가 실수하거나 발주처가 계획에 없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 실패 책임을 한 곳에만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후지쯔는 “소송 중인 사항이라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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