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7년 후 상장으로 금융당국 물적분할 대책 빗겨가
[프레스나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올해 첫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HD마린)의 상장이 모회사인 HD현대 일반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HD마린은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회사로 현재 HD현대가 62%의 지분을 갖고 있다. 포럼에 따르면 HD현대 주가는 2017년 분할 재상장 후 7년간 약 21.7%, HD마린 구주 매각 후 지난 3년여 동안 약 18.5% 하락했다. 현대중공업 분할 재상장 이후 KOSPI 지수가 13.8% 상승한 것과 상반된다.
이에 포럼은 HD현대의 주주들이 '모회사 디스카운트'에 노출됐으며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HD마린 기업상장에 대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상장에 이어 또다시 일반주주 권리를 크게 침해하는 약탈적 행위"라고 18일 논평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모회사 HD현대의 시가총액(5.3조원)과 상장 예정인 HD마린에 기대되는 기업가치 규모(3.2조원~3.7조원)를 비교하면 모회사 일반주주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큰 사업 부문이 새로 상장되는 것"이라며 "2020년 물적분할로 큰 이슈가 됐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데자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당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하락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22년 9월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에 대한 상장심사를 강화하는 대책을 세웠다. 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하는 자회사의 주주환원이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HD마린은 물적분할된 지 7년이 지나 강화된 제도를 빗겨갔다. HD마린은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이라는 큰 회사의 선박 유지보수(AS) 사업 부문이 분할된 회사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지주 부문을 포함한 네 개의 큰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HD마린은 물적분할해서 지주 부문에 붙였다.
이 회장은 "금융위가 ‘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이라는 요건을 붙인 것은 물적분할할 때부터 상장을 염두에 둔 경우에 모회사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그렇다면 물적분할 후 5년이 지나 상장하는 경우는 모회사 일반주주의 보호 필요성이 없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시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형식적 요건보다 상장과 같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 일반주주가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적절한 보상 수준과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대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상장하는 회사들이 회사에 자금을 조달해 주는 수많은 일반주주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 대책을 갖고 있는지 철저히 심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