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IT역할에 대한 글로벌 선진기업과 국내 기업의 인식의 차는 컸다. 기업 내 IT역할에 대해 글로벌 선진기업은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서비스 제공자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는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IT의 역할을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답한 글로벌 선진기업은 55%인 반면 국내 기업은 23%에 불과했다. 대신 국내 기업들 중 56%는 서비스 제공자라고 답했다.
IT역할은 과거 테크놀로지 제공자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다시 비즈니스 파트너로 성숙돼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기업은 아직 성숙도가 낮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선진기업의 CIO나 IT조직이 보다 전략적 투자활동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국내 기업의 CIO나 IT조직은 IT활용 증대를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도 최근 들어 IT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금융, 통신업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역할로 성숙되고 있다. 실제 향후 IT역할이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국내 기업의 85%가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글로벌 선진기업에서 조사된 비율과 동일하다.
◇국내기업, IT비용절감으로 서비스 수준하락=경영위기 상황에서 IT비용절감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기업의 CIO가 요구받고 있는 사항이다. 이는 IT비용절감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IT가치를 향상시키는 방안 중 하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선진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이나 모두 비용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사 결과 글로벌 선진기업과 국내 기업의 IT비용절감 비중은 비슷하다. 글로벌 선진기업이 16.5%를, 국내 기업이 14.6%를 절감했다고 답했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서비스 업종이 17.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자·제조 업종이 17.1%, 유통·물류·관광 업종이 16.1%, 금융 14.6%, 소비재 및 소매 14.4%로 뒤를 이었다. 이는 전 산업에 걸쳐 경제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IT비용절감에 대부분의 기업이 앞장섰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반면 공공·정부·SOC 등은 IT비용절감 비중이 낮았다. 공공·정부 등이 경제위기에 둔감한 점도 있지만,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IT예산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IT비용절감 비율은 글로벌 선진기업과 국내기업간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비용절감에 따른 영향에는 차이가 컸다. 글로벌 선진기업의 경우 비용절감으로 인해 IT서비스 수준이 하락됐다고 답한 기업은 40%에 불과했지만 국내 기업은 57%에 이른다. 즉, 선진기업의 60%는 IT비용을 줄여도 IT서비스 수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선진기업이 IT비용절감을 위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은 SaaS 도입 60%, 아웃소싱 63%, IT조직 재구성은 62%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오픈소스 SW 도입과 셰어드서비스센터 설립은 각각 49%와 34%로 매우 낮았다. 이는 국내 기업이 IT비용절감에 있어 다양한 접근방식이 미흡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기업, IT자원과 비즈니스 연계 못해=IT자원에 대한 관리는 국내기업도 글로벌 선진기업 못지 않게 높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시스템 성능관리나 IT아키텍처 관리 측면에서는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시스템 성능관리 측면에 있어 글로벌 선진기업은 90%가, 국내 기업은 80%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답했다. IT아키텍처가 잘 관리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글로벌 선진기업 91%가, 국내 기업 9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눈에 보이는 SW 및 하드웨어(HW) 등의 자원 관리에 있어서는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IT 투자대비효과(ROI) 측면에서는 편차가 더욱 크다. 글로벌 선진기업 64%는 ROI 효과를 보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37%에 불과했다. 즉 국내 기업들은 IT자원에 대해 시스템적이나 아키텍처 측면에서는 잘 관리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적인 비즈니스와는 연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각각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48%, 47%, 43%로 낮았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IT조직이 제공할 서비스 내용과 수준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비즈니스 성과관리도 정량화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선진기업의 경우 내부 조직들간 역할 구분이 명확한데 비해 국내 기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 CIO의 책임 범위에 있어서도 글로벌 선진기업은 서비스 카탈로그나 SLA를 통해 현업을 이끌고 개선을 제안해 비즈니스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데, 국내 CIO들은 현업이 원하는 서비스만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제공자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는 점도 원인이다.
◇지속가능 경영 이슈 대응에 미숙=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선진기업에 비해 비즈니스 관련 IT투자가 미흡하다. 글로벌 선진기업의 72%가 전사리스크관리체계 수립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43%에 불과하다. 이것도 최근 들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뿐 그외 업종에서는 아직 도입이 미비한 상황이다.
비즈니스 유연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 재설계에 있어서도 글로벌 선진기업의 50%가 투자를 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27%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경제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인프라 재설계를 나중으로 미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협업과 모바일 솔루션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선진기업이나 국내 기업 모두 저조했다. 글로벌 선진기업은 33%가, 국내 기업은 24%가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속가능 경영 이슈에 대한 대응도 글로벌 선진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이 매우 적극적이지 못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활동에 있어 글로벌 선진기업은 67%가 대응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33%에 불과했다. 그린IT 기반의 시스템 효율화에 대해서도 글로벌 선진기업은 55%가, 국내 기업은 37%가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컴플라이언스 및 규제 준수에 대해서는 두 기업 모두 각각 39%와 25%로 대응 비율이 매우 저조했다.
이는 환경이나 컴플라이언스 대응이 지속가능경영에 있어 주요 요인이라는 인식이 아직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미래 경영활동에 제약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 대응 미숙으로 인해 향후 기업의 존폐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CIO가 비즈니스 영역에 참여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도 글로벌 선진기업 못지 않게 그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사업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은 국내 기업이 69%로 글로벌 선진기업의 77%와 큰 차이가 없었다. 더욱이 경영전략 수립에 참여하는 비율은 국내 기업이 62%로 글로벌 선진기업의 64%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과거에 비해 국내기업의 IT부서가 비즈니스 전략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IT인력이 비즈니스와 기술을 함께 보유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글로벌 선진기업은 50%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국내 기업은 19%만이 그러하다고 했다. 이는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IT과제 수행이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되지 못했고, 연계됐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적자원에 대한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조사 어떻게 했나】
삼성SDS와 오픈타이드코리아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IT가치를 관리하기 위한 CIO 및 IT조직의 역할과

조사에 참여한 기업은 총 8개 산업군의 국내외 431개 기업이다. 이 중 해외 기업이 330개, 국내 기업이 101개다. 참여 기업에 대한 산업군별 비율은 공공·정부·SOC 기관이 25%로 가장 많고 이어 전자·제조 기업이 21%, 금융서비스 기업이 17%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소비재 및 소매 기업이 10%, 에너지 기업과 서비스 기업이 각각 8%, 통신·언론·엔터테인먼트 기업이 6%, 관광·유통·물류 기업이 5% 순이다.
국내 참여기업은 전자·제조 기업이 3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비스 기업이 22%, 금융서비스 기업이 17%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소비재 및 소매기업이 13%, 공공·정부·SOC 기관이 12% 등이다. 이중 대표적 참여기업 및 기관으로는 동부그룹 계열사,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하이닉스반도체, 대한항공,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BC카드, 하나은행, 기업은행, 서울특별시 등이 있다.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전체 430개 기업 중 ‘2009 포춘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20개 기업을 한 집단으로 묶고, 그외 국내 조사대상 기업을 한 집단으로 묶어 비교하는 형태로 분석했다.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20개 기업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평균 매출 성장률이 18.9%이고, 2008년 평균 수익율은 5.8%에 이른 글로벌 선진 기업이다. 이들 기업 중에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4개의 국내 기업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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