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대회 우승팀, 비행기값 없어 본선에 못 갈 뻔..대회기간 내내 "춥고 배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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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대회 우승팀, 비행기값 없어 본선에 못 갈 뻔..대회기간 내내 "춥고 배고팠다"
  • 김인순 기자
  • 승인 2015.08.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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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올림픽 데프콘 CTF23에서 우승한 `DEFKOR` 팀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해커 올림픽 데프콘 CTF23에서 우승한 `DEFKOR` 팀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항공비와 배고픔, 추위, 소음 그리고 자신과 싸움에서 이겼다.’

8월 초 해커 올림픽 ‘데프콘 CTF23’에서 우승한 DEFKOR팀 우승 뒷이야기가 화제다. DEFKOR팀은 라온시큐어 보안기술연구팀(조주봉, 이정훈, 이종호)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화 정보보호동아리 Cykor 소속 8명, 조지아공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장영진씨 등으로 구성됐다.

DEFKOR팀은 5월 데프콘 CTF23 예선을 2위로 통과하며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예선을 통과했다고 결선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미국행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었다. DEFKOR팀원 3분의 2는 고려대 학생. 대학생이 그것도 여행 성수기인 8월 초에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200만원이 넘는 항공권을 감당하는 데 무리가 따랐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선수단이 대회에 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부터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이들을 지원해 줄 곳을 찾았다.

지난해까지 매년 데프콘 진출 비용을 대주던 A기업이 올해는 경기 침체로 지원을 중단했다. 결국 항공권을 지원한 곳은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차세대보안리더양성(BoB)프로그램이었다. Cykor 멤버는 모두 BoB 출신이다. 실력이 출중한 학생들이 본선에 못 가는 일을 막겠다며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항공권은 이렇게 마련했다.

숙식도 문제였다. 12명 팀원이 미국에서 먹고 자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숙박비는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에서 힘을 보탰다. 대회가 시작되면 12명은 문제풀이·공격·수비 등 각자 맡은 역할을 한다. 끼니때가 돼도 누구 한 명 빠질 수 없다. 하루에 한두 끼만 먹으며 사흘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대회에 매진했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으니 하나같이 “춥고 배고팠다”고 답했다. 밥은 지원팀으로 함께 간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가 사다 날랐다. 한국 해킹대회는 주최 측에서 식사를 제공하는데 데프콘은 이런 지원이 없다.

DEFKOR팀은 한여름 사막인 라스베이거스에서 난데없는 추위와 싸웠다. 미국 호텔은 냉방이 무척 잘 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대회장은 싸늘하다 싶을 정도로 냉방이 세다. 여름이라도 반팔만 가져갔다가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소음도 그들의 적이었다. 데프콘 CTF23 대회장은 엄청 시끄럽다. 문제를 풀고 공격해야 하는데 낯선 환경에서 적응이 안 됐다. 지난해 우승팀인 카네기멜론대 PPP는 대회가 열린 호텔 스위트룸에서 경기를 치렀다. 시끄러운 대회장 대신 스위트룸에 진지를 구축했다.

DEFKOR팀은 열약한 환경이었지만 ‘무조건 문제를 빨리 풀자’는 전략을 세웠고 그대로 실행했다. 첫날부터 2위 팀과 1만점이나 차이를 벌리며 치고 나갔고 마지막 날까지 팀워크를 발휘하며 자기 자신과 싸워 우승을 거머쥐었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은 “BoB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척박한 인력 양성 시스템에 지원도 부족하다”며 “단기 성과만 보지 말고 장기 안목으로 예산을 늘리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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