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남 신축 공장에 전용 생산시설 도입 논의, 글로벌 협업 가능성도
HLB그룹 생태계도 강점, HLB펩·HLB바이오스텝 등과 연계
[프레스나인] HLB제약이 자체 플랫폼 기술인 ‘SMEB’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약물의 지속성을 높이는 안정성 확보와 GMP 기준을 충족하는 임상용 의약품 제조 시설 구축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요구하는 주요 조건을 충족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2일 HLB그룹 동탄연구소에서 만난 고두영 HLB제약 DDS팀장은 “향남 공장 신축과 함께 장기지속형 주사제 생산 시설 도입을 포함해 생산 시설 구축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 공동 구축하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양산 능력은 글로벌 파트너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HLB제약의 기술은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생산 방식 중에서도 ‘마이크로플루이딕’ 기술로 분류된다. 이는 약물을 담는 입자를 정교하고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으나 양산이 쉽지 않다는 약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HLB제약은 SMEB 기술을 확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양산체제 구축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SMEB은 ‘캡슐화된 바이오의약품을 위한 스마트 연속 제조 시스템(Smart continuous Manufacturing system for Encapsulated Biodrug)’의 약자다. 외부 환경에서 장비를 컨트롤하고 온도, 유속, 압력 등 모든 공정 변수를 조절해 우수한 품질을 확보하는 게 SMEB의 핵심이다. 제조 재현성이 우수하고 연속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HLB제약은 이미 항응고제 아픽사반(apixaban)의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SMEB 기술의 범용성과 공정 신뢰성을 검증했다. 고 팀장은 “스케일업을 하다 보면 재현성 있게 만드는 게 어렵다. 실험실에서 만들 때와 보다 규모 있게 생산할 때 약물 용출 프로파일이 달라지는 일도 생긴다”며 “아픽사반 등의 마이크로플루이딕은 스케일업을 해도 동일한 프로파일을 지니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주사제의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투여 직후 약물이 급격히 방출되는 ‘이니셜 버스트(initial burst)’ 현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현상이 억제되지 않으면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고, 체내 약물 농도가 일시적으로 허용치를 넘겨 부작용이나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 팀장은 HLB제약의 주사제가 약물 방출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MEB 기술을 통해 입도 분포가 균일한 미립구를 제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혈중 약물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치료 효과를 지속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제어 기술은 투여 간격의 조절을 용이하게 해 환자 편의성과 복약 순응도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그룹 계열사와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HLB제약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펩타이드 약물을 제조하는 HLB펩과 비임상 CRO 서비스를 제공하는 HLB바이오스텝 등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 개발부터 상업화에 이르는 과정까지 전략적 연계를 제공한다. 향후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이 이뤄질 경우 속도감 있는 공급망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HLB제약은 이제 이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에 나설 계획이다. 제형 기술의 우수성과 차별성. GMP 기반의 생산 및 공정 검증 등 기술이전에 필요한 조건을 갖춘 만큼 빅파마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갈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회사가 최근 참가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박람회 바이오USA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을 비롯한 다양한 안건으로 사전 조율된 미팅만 50건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고 팀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단순한 제형을 넘어 안정적이고 범용성이 높은 플랫폼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아픽사반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가장 먼저 임상 승인을 받았지만, 이외에도 GLP-1 제제 등 다양한 주성분을 활용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파트너링을 바탕으로 마일스톤 중심의 수익 창출 모델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