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FVPL 평가손익 80% 이상 축소
[프레스나인]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2분기 순익이 1분기 대비 삼분의 일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보험손익은 늘었지만 금리 인상에 따라 투자손익이 급감하며 2분기 순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6개 생보사들의 2분기 당기순익(별도재무제표 기준)은 총 6795억원으로 1분기 대비 66% 감소했다.
이들 보험사의 보험손익은 1조428억원으로 1분기보다 18.9%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1분기 1147억원에서 2분기 1951억원으로 70.1% 성장했다. 삼성생명도 3837억원에서 4346억원으로 10%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투자손익(영업외 손익 제외)이 크게 줄면서 순익 감소를 주도했다. 6개 보험사의 2분기 투자손익 합은 -3191억원이다. 삼성생명은 2분기 3652억원의 투자손실을 기록, 보험손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익이 631억원에 그쳤다. 한화생명도 1분기 2611억원이던 투자손익이 1349억원 순손실로 당기순익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1분기 대비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모두 감소한 동양생명 역시 72.1%의 순익 감소를 기록했다.
새로운 회계기준 ‘IFRS9’ 시행으로 기존 ‘매도가능금융자산’에 있던 상당액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FVPL) 금융자산으로 분류되는데 그 평가이익이 투자손익, 나아가 순익 변화에 영향을 준다. 올 1분기에는 금리 인하 영향으로 FVPL 금융자산 평가손익이 증가하면서 주요 생보사들의 순익이 늘었다. 그러나 2분기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 평가손익이 감소해 투자손익과 순익이 줄어든 것이다.
6개 보험사의 6월 말 기준, FVPL 금융자산은 총 133조2097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5% 감소했다. 하지만 2분기 FVPL 금융자산 평가손익은 6181억원으로 1분기 4조2919억원 대비 85.6% 쪼그라들었다. 특히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각각 -1729억원, -4억원의 FVPL 금융자산 평가손익을 기록했으며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1분기 대비 94.7%, 85.1% 줄었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2분기 투자손익 감소는 금리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투자손익을 변화시키는 요인인데 기초 대비 기말에 조금이라도 금리가 오르면 바로 평가손실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도 “금리 상승으로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에 변동성이 생겨 채권평가액과 투자손익 감소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생보업계의 투자손익 감소가 손보업계보다 상대적으로 컸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2분기 투자손익은 7031억원으로 1분기 대비 12.6% 감소에 그쳤다. 이는 생보사와 손보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특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선영 수석애널리스트는 “생보사들은 보통 만기가 긴 채권을 선호하고 자산에 편입을 한다. 이에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채권뿐 아니라 펀드 등도 공정가치를 평가하는데 이 또한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금융‧실물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기에 FVPL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보험사를 중심으로 투자손익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책임연구원은 지난 7일 발표한 ‘IFRS17/9 도입, 보험사 재무제표 분석 어떻게 바뀌나?’ 리포트에서 “시장금리 상승, 주가 하락,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 하락이 큰 폭의 투자 손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보험이익 창출력이 미흡한 회사는 투자손익이 순익을 좌우하기에, FVPL 금융자산 비중, 특히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가치가 크게 변동하는 고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경우 이익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