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20년 분할신설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2021년 시정명령 놓고도 행정소송 진행 중
하도급법 시정권고 입법미비 지적
[프레스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 전 현대중공업에 부과했던 시정명령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분할 신설회사에 분할 전 법률 위반 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른 조치다. 현대중공업은 최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벌이고 있어 이번 직권취소 결정은 진행 중인 재판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2020년 12월3일 제2소회의에서 의결했던 현대중공업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직권취소했다.
공정위는 2020년 12월 하도급법 상의 서면자료 미교부와 수급사업자 동의없는 기술자료 유출 등으로 현대중공업에 대해 재발방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60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3일자로 존속법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됐다. 하도급법 위반 행위 주체인 옛 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사업부문은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승계됐다.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은 2023년 3월 상호를 HD현대중공업으로 변경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 직후인 2021년 1월8일 현대중공업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2020년 9월18일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지난해 6월15일 "회사분할 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시정조치를 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이 2021년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고등법원 재판부는 공정위에 시정명령 직권 취소를 권고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회사분할 시에도 과징금은 선택적으로 부과할 수 있으나, 시정명령의 경우에 존속회사 또는 분할신설회사 중에서 어느 곳에 부과할 지 근거규정이 없다"면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시정명령 직권취소를 구두로 조정 권고했고,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취소를 늦추는 것은 절차적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시정명령을 직권으로 취소할 필요가 있다"고 취소 배경을 밝혔다.
하도급법은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분할 신설회사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을 준용해 제재를 승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하도급법 제25조의3 제4항). 그러나 시정조치에 대해서는 준용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하도급법 제25조). 공정위의 입법 미비로 해석된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는 현대중공업이 2021년 8월23일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소송이 계류돼 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지난해 12월20일 해당 사건의 판결을 선고하려고 했으나 추후 지정으로 판결선고기일을 미뤄둔 상태다. 이번 공정위의 시정명령 직권취소로 인해 해당 재판 역시 취하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2021년 7월15일 중소 하도급업체에게 선박제조와 관련한 작업을 위탁하면서 납품시기, 하도급대금 등 계약조건이 기재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가 적발한 불공정 하도급행위 역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이전인 2015년 4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에 이뤄졌다. 공정위는 해당 사안에 대한 시정명령을 분할 후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에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