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로 국내증시 부진 겪어
탈세계화에 따른 영향 모니터링 필요
[프레스나인]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KB증권이 과거 트럼프 재임 시기(2017년~2021년)를 돌아보면서 트럼프가 당선될 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갈등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벌어진 금융리스크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9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미국 대선 후보 1차 TV 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를 보이자 주가와 금리, 달러가 모두 상승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1기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변동성으로 당시 시장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컸다"며 "경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탈세계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주식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과 함께 부진을 겪었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재임 당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한 이후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은 한국에 비우호적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판문점 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지정학적 갈등 완화 기대감에 원화가 잠시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무역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트럼프 1기 시절 3700대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식 정책의 특징은 한 마디로 자국 이익 우선주의"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역 수지를 높이기 위해 달러가 약세를 보이길 바랐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은 훼손되지 않길 원하는 등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또, 김 본부장은 "2016년 예상외 트럼프의 당선으로 경기 부양과 감세에 따른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우려 등으로 금리가 상승했다"며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가 개선 기미를 보이자 1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 이후 경기 부양에 나서자 당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인위적) 부양은 금리 인상을 더 하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2018년 본격화되면서 연준은 금리 인상을 지속했고, 그 결과 트럼프 취임 시 0.75%였던 기준 금리를 2018년 말 2.5%까지 인상됐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또, 국내 기준금리는 수출 경기 악화로 인한 인하 가능성을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인은 트럼프 재선 시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면서 미 국채 금리 상승에 투자자들이 대비하는 양상"이라며 "변동성 지수(VIX)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냉전 종식 이후 세계화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국가"라며 "탈세계화에 따른 영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을 변수로 꼬집었다. 김 본부장은 "사법 리스크, 미국 의회 상·하원 구성, 거시경제 환경 등 트럼프 1기와 현재 상황은 차이가 있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국내 증시의 변수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도 국내증시에 호재가 아니라고 평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에 관세를 매기고 있다"며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일부 회사엔 일시적인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