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과도...수도권 집값 상승세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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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과도...수도권 집값 상승세 유의해야"
  • 박수영 기자
  • 승인 2024.07.1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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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선 안돼"
불안한 환율·가계대출..금리 또 3.5% 동결
금통위원 2명 "금리 인하 가능성 논의할 분위기 조성됐다"

[프레스나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의 시중은행 금리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먼저 반영됐고, 기대감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고 평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들보다 상당 폭 하락한 것은 한은이 금리를 곧 인하할 거란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 한 달 새 시장금리는 많이 내려갔는데 대다수 금통위원이 현 시장 기대에 과도한 면이 있다고 봤다"며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총재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했다. 부동산 가격이 한은의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5월에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거로 봤는데 그때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주택가격의 직접적인 조절을 하지 못해도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하거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금통위원들이) 모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재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커졌다"면서 "가계부채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낮춰가는 게 중요한 만큼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금통위는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차례 연속 동결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다음 금통위 시점(8월 22일)을 고려하면 1년 7개월 이상 이어진다.

시장의 커진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금통위는 불안한 환율과 가계대출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다시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대출도 한은이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 중 하나다. 만약 기준금리까지 낮아지면 3년 전의 집값 폭등과 영끌, 빚투와 같은 가계대출 광풍이 재연될 위험이 크다는 생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신중한 태도도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더 나와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총재는 금통위원 2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가 3.5%보다 낮은 상황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금통위원 2명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금통위원 4명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점검하고 확인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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