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일괄 약가인하, 소비자 보장성 약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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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일괄 약가인하, 소비자 보장성 약화 불렀다
  • 김창원 기자
  • 승인 2024.10.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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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제약사 행태 변화 유발…미인하·비급여 의약품 생산 증가 초래
약가인하 부작용 가속 우려…"시장구조·행태·성과 관계 고려한 정책 필요"

[프레스나인] 지난 2012년 정부가 실시한 일괄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 의약품이나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의 생산을 늘렸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보장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열린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에서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는 2012년 4월 1일 실시된 일괄 약가인하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것으로, 약가인하에 대한 기업별 노출도(처치강도)를 측정해 3개 그룹으로 구분하고, 약가인하 충격 기업의 노출도에 다른 성과 및 행태 변화를 분석했다. 또한 약가인하 정책에 따른 행태변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건강보험공단의 후생 분석 및 재정 분석을 실시했다.

◆약가인하로 인해 성장 둔화…행태 변화로 이어져

분석 결과 3개 그룹의 매출액 평균값은 공통적으로 2008년 이후 상승하다가 2012년 약가인하 이후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상대적으로 중노출 그룹과 강노출 그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노출 그룹의 경우 약가인하가 없었을 가상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2012년 매출액은 약 8% 감소했고,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 매출액은 약 23~32%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강노출 그룹은 2012년 매출액은 약 12%, 2013~2019년 연도별 매출액은 약 31~51%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성장세 둔화는 개별 제약기업의 행태 변화로 이어졌다. 생산·매출 구성의 변화를 통해 가격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 충격에 대응하고자 했던 것으로, 비급여 의약품이 증가하고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의약품의 생산 비중이 늘었으며, 수입 의약품의 코프로모션 비중도 함께 늘었다.

'전체 의약품 수'에서 중 '비급여의약품 수'의 비중이 커졌고, 생산액에 있어서도 비급여의약품에 비해 급여의약품의 생산액 비중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또한 급여 전문의약품 중에서는 약가인하 대상 의약품과 대상이 아닌 의약품의 비중이 달라진 것으로, 미인하 급여 전문의약품 비중이 2012년에 약 0.6% 증가했고, 2018년까지 평균 약 5.7% 증가해 최대 10.5%까지 늘었다.

매출액 내 자체 생산 제품의 비중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며, 동시에 수입 의약품의 코프로모션 비중은 증가해 직접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보다 타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제약기업들의 이러한 행태 변화로 비급여의약품과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 품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약가인하의 목적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 재정 부담 완화효과는 줄어들었고, 장기적으로 전체 약품비 및 소비자 부담 증가, 보장성 저하라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괄약가인하 정책이 없었다면 노출기업의 자체 생산 매출액 비중은 유지되거나 더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약가 인하로 인한 제품 외 매출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 및 자체 생산 능력, 의약품 수급 안정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

아울러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입의약품의 코프로모션 증가는 의약품비의 증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 및 재정 부담으로 연결되고, 게약 종료 등에 따른 기업 건전성에 대한 잠재적 리스크 확대로 이어져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한계점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시장구조-행태-성과 관계의 역동성 고려한 정책 필요"

이번 연구에서는 제약기업들의 이러한 행태변화가 후생에 미치는 영향과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정하기도 했다.

기업의 행태가 약가인하 이전과 동일하다면 소비자의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개별 기업의 행태가 달라지면서 이러한 기대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급여-비급여 전문의약품의 비중에 변화가 없는 경우 순수하게 약가인하의 영향만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의 약제비 부담은 약 15.0% 감소하고, 소비자 부담은 10.4% 가량 감소했겠지만, 급여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줄고 비급여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증가하는 경우 건보공단의 부담은 24.0% 감소하는 반면 소비자 부담은 약 13.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약가인하 대상인 품목과 대상이 아닌 품목의 비중에 변화가 없는 경우에도 건보공단의 재정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미인하 의약품의 비중이 증가할 경우 인하 품목에 대한 건보 재정 부담은 대폭 감소하는 반면 미인하군 품목에 대한 부담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급여 전문의약품의 수요가 증가한 경우 미인하 품목의 비중에 변화가 없더라도 재정 부담은 증가하고, 여기에 미인하 품목의 비중 증가까지 더해지면 재정부담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중장기적으로 고령화, 의약품 수요 증가, 오리지널 및 고가약에 대한 선호도 변화, 처방 행태 변화 등과 맞물려 약가인하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약가인하 정책이 재정 부담 완화에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구조-행태-성과의 인과 관계와 역인과관계의 역동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최윤정 교수와 중앙대학교 강창희 교수, 서강대학교 전현배 교수가 함께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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