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기업 소송, 법리스크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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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기업 소송, 법리스크 전략이 필요하다
  • 유효정 기자
  • 승인 2012.02.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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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가 핫이슈는 `법` 리스크다. 잇따라 발생하는 소송전으로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소송전을 비롯해 현대차,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 주요 수출 대기업은 해외 기업과 소송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잇따른 기업 소송, 법리스크 전략이 필요하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애플과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 비용이 무려 2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적 리스크는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명예 실추와 직결돼 더 골치다.

법조인 출신 전문가를 고위직으로 영입하고, 법무팀 인력을 늘리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국내 로앤비 사례조사에 따르면, IT를 통한 대응력이 승소율을 5% 이상 높인다. 최근 1년새 아모레퍼시픽, 현대차, 두산중공업, 대한생명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법무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신규 도입 및 구축한 배경이다.

◇`법` 리스크, IT로 줄이려는 노력 급증=기업들이 법무 관리에 IT를 적용한 역사는 채 10년이 되질 않았다.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한국전력공사 등 거대 기업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기업은 자체 개발을 시도 했고, 한국전력공사(KEPCO)가 2004년 로앤비와 손잡고 법무 관리 전용 시스템을 개발, 시스템이 패키지화된 것이 국내 법무 IT의 시발점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시 한국전력공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로앤비 손을 거쳐 삼성증권·KT·한국철도공사 등 유수 업종 기업에 도입, 국내 유일 법무관리 전문 IT 패키지가 됐다. 2008년 생명보험사 최초로 교보생명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이후 금융권에도 시스템 구축은 전방위로 확산됐다.

안기순 로앤비 대표는 “당시 기업 법무팀이 IT를 도입하는 선례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서 법무 관리를 위한 IT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 말처럼 최근 2~3년간 법무관리 IT 관심이 급증했다. 하이테크·일반 소비재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세를 넓히다 법적 리스크에 부딪치는 사건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다. 지난해 법무관리 IT를 대대적으로 구축한 현대자동차와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몇 년간 미국·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소송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안 대표는 “2006년경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법무 관리를 위한 IT인프라를 갖추고 있던 당시에도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 기업들은 변변한 시스템이 없어 수작업으로 대응을 했었다”고 말했다. 기껏해야 엑셀 정도로 리스트를 관리하는 수준이었다.

로앤비로부터 사업권을 이관받은 엠프론티어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이 엑셀, 전화, 이메일로 법적 소송에 대한 업무처리를 하면서 중요한 법적 소송 및 계약절차로 인한 방대한 양의 문서 관리가 어려워지는 데다 업무 효율성 저하가 심각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요구에 따라 제조·금융 등 업종을 불문하고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엔 대한생명 등 금융권에서도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계약부터 변호사 관리까지, 어떻게 구성하나=지난해 5월 법무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등 대리점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였다. 대리점 전세 계약 등 점포에 대한 관리부터 소비자 불만 등 분쟁에 대한 대응까지 이슈는 다양했다. 8월께 시스템을 구축한 두산중공업은 건설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선결 조건을 관리하면서 현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의 요구를 관리하기 위한 법무관리 시스템은 주로 △법무 지원 △일반 사용자 지원 △법률 정보 관리 △사외 변호사 관리 등 4개 기능을 갖춘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무지원`이란, 소송·자문·계약에 대한 관리와 일정관리 및 통계 조회 등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가장 핵심적 기능 중 하나로 법무지원에 대한 종합적 업무 현황을 관리한다. 법무 관리 부서에서 의뢰된 소송을 관리하는 기능이며, 계약관리는 국내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영역 중 하나다.

`일반사용자 지원`이란, 소제기 요청과 법률자문 요청 등 사용자들이 소송을 시도하거나 정보를 구할 때 돕는 기능이다. `법률정보 관리`란 최신 법령, 판례 및 문헌을 제공하면서 대법원 기일정보 등을 실시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사외 변호사 관리`란, 외부 변호사별 수임사건 및 비용청구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기능을 통해 변호사·분야별 승소율 활용 및 법조인맥 데이터베이스(DB) 활용을 통해 소송 대리인 선정에 따라 소송 승소율을 높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DB 관리가 승패 좌우, `전략적 법무` 까지=올해 기업 시장의 이슈 중 하나는 `준법지원인` 제도의 도입이다. 오는 4월 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상법에 따르면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 상장기업은 준법지원인을 통해 `윤리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 시장 전반적으로 준법 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법무 관리 전문 시스템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DB화를 통한 승소율 제고다. 노하우가 쌓이면 이기는 실력도 느는 법이다. 이력 축적과 검색 기능을 높이는 것 만으로도 승소율을 5~10% 가량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실패사례 연구와 대응 전략을 통해 패소율을 줄일 수 있다. 법적소송에 대한 이력관리로, 유사한 자문에 대한 빠른 대응 및 방법을 활용하고 자문 비용도 약 15% 줄일 수 있다.

두번째는 법적 리스크의 예방이 가능하단 것이다. 더 나아가 전략적인 대응도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예전엔 계약건 등 법률적 사건이 있을 때 검토와 자문으로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최근엔 더 나아가 `전략 법무`라 불리는 확장된 개념의 법적 대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러 상대 기업에 타격을 주거나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진행되는 법적인 대응을 의미한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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