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탄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악용, 더 이상 묵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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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탄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악용, 더 이상 묵과 못해”
  • 최광석 기자
  • 승인 2021.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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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일 KDPU 위원장 “로펌 통한 압박, 비상식적" 지적

[프레스나인]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이 대형 로펌과 연계해 노동조합을 탄압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기일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KDPU) 위원장(쥴릭파마코리아 지부장)이 이같은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선봉장에 섰다.

지난 9월 민주제약노조 제5대 위원장에 당선된 박 위원장은 노조원들의 고용 안정과 부당노동행위 문제에 대해선 강경하게 대응하겠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신뢰에 기반한 사측과의 대화는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민주제약노조 산하 쥴릭파마솔루션즈서비스코리아(SSK)지부에선 단체교섭이 진행 중임에도 노조 지부장, 사무국장, 회계감사가 대기발령 조치를 당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그 이유다. 

단체협약에는 노사가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사측은 단체협약을 이를 무시한 채 노조 간부에 대해 인사조치를 내렸다. 결국 단체협약 위반에 따라 징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노조 교섭대표들에게는 대기발령에 이어 사업장 출입금지 조치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지난 3월, SSK 사측은 조합원 전부가 속해있는 부서를 폐지하고 지부장을 비롯한 전체 조합원들에 대해 경영상 이유를 들어 해고했다. 현재 조합원 17명이 부당 정리해고 투쟁 중이다. 

민주제약노조 다른 지부인 한국먼디파마는 지난 8월 2일 교섭 진행 중인 노조 지부장을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측은 노조 지부장에게 정확한 징계사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 외부기관인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조사받으라고 했다. 현재 한국먼디파마 노조 지부장은 회사의 징계 추진에 맞서 투쟁 중이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1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서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악용해 노조조합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일부 다국적사의 움직임을 저지하는데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다국적사에서 행하는 패턴이 비슷하다. 노조 지부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직원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조사를 담당한 로펌이 신고된 행위 이외의 노조활동 자료나 업무 내역을 다 들여다보고 사건을 키워 징계를 내린다”면서 “만약 이번에서 국회가 나서지 않았다면 사측은 노조원들은 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제약노조는 한국먼디파마 지부의 사례도 같은 경우라고 봤다. 직원들이 평일 연장 근무에 대한 임금체불 소송을 제기하자 노조활동을 저해할 목적으로 지부장 징계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먼디파마 직원 40여명은 사측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임금체불 소송을 제기했다. 

박기일 위원장은 “지부장이나 노조원이 잘못을 했다는 징계를 받는 게 당연하다. 다만 징계 수위는 딱 잘못한 만큼만 돼야 한다”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노조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부장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둔갑하고 로펌에 의뢰해 압박하는 행태는 비상식적이다. 노조 활동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SSK와 한국먼디파마의 행태가 진정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신종 노조탄압”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본사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조사를 안 한다. 노조도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조심해야겠지만 이 회사들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사측은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향후 민주제약노조의 교섭 및 투쟁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무조건인 투쟁보다는 회사와 최대한 대화하고 신뢰를 쌓겠다는 것이다. 다만 고용 안정과 부당노동행위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민주제약노조 산하 지부장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교섭 및 조직 활동 방법, 회계 및 노동관련 법률 강의 등을 통해 지부장들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제약노조에는 총 18개 지부가 가입돼 있다. 

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상급단체와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민주제약노조 활동을 알리고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박 위원장은 민주제약노조의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중요한 사안에 대해 민주제약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회사의 노조와도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위원장은 “노조끼리 경쟁이나 화합도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민주제약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은 곳과의 교류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제약산업 고용이 부정적으로 전망되는데 같이 연대해 최대한 안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은 “외국계 기업 특성상 문제가 생기면 본사 탓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이 잘 풀릴 수 없다”면서 “사측도 본사 탓만 하지 말고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성의를 갖고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달라.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나 교섭을 안 하고 시간만 끈다면 노조도 다시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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