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사태’ 치명적 위험 'DIL'…"주관사 설명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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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사태’ 치명적 위험 'DIL'…"주관사 설명 없었다"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08.21 14: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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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공제·정보통신공제·현대차증권 등 미래에셋·NH투자증권 상대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해외대체투자 전문가 증인 "투자자 제공자료에 DIL 구체적 실행사례 없어"

[프레스나인]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수 천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입은 미국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투자 과정에서 국내 주관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설명을 누락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3년째 진행 중인 3000억원의 손실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은 빠르면 연내 1심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해외 대체투자상품을 중개하는 국내 증권회사의 미숙함과 탐욕이 빚은 산물로 평가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된 919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해외 대체투자 전문가 A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주관사(미래에셋증권)가 투자자에게 제공한 자료에서는 DIL을 막기 위한 엑시트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DIL(Deed In Lieu)'란 부동산 담보대출의 채무자가 선순위 채권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 일체를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자의 담보권행사(foreclosure)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이를 통해 채무 상환 의무를 피할 수 있다. DIL은 미국 법률상의 제도로,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선순위 채권자가 근저당권 등을 통해 경매 등의 절차로 채권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DIL같은 방법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 문제가 된 DIL은 2019년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판매한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The Drew Las Vegas)'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의 중순위 대출에 존재했다. 3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에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기관이 선순위로 약 3000억원, 국내 기관이 중순위(메자닌)와 후순위(에쿼티)로 약 3000억원 투자했다. 더케이저축은행, MG손해보험, 문화방송, 현대차증권 등 기관 투자가들이 3000억원 규모의 중순위 대출 상품에 출자했다.

더 드류 라스베이거스 프로젝트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단됐고, 그해 5월 부동산개발 투자사인 위트코프(Witkoff)는 채무불이행(EOD)과 함께 DIL을 선언했다. DIL 선언으로 인해 중순위 투자자인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엔지니어링공제조합, 정보통신공제조합, MG손보, 더케이저축은행, 문화방송, 현대차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2021년 개발 사업의 공동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 증인은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투자 건 이전에는 미국 부동산 투자에서 DIL 후속절차로 명시적인 설명자료를 본적이 없다"면서 "DIL이 대주와 차주 간 계약의 형태이긴 하지만, 메자닌 대주가 선순위 매입옵션을 가져가지 못할 경우 상당한 리스크라는 점을 과소평가한 상태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건('드 드루 라스베이거스') 터지기 전에는 대부분 거래처에서 DIL 인지도가 현격히 떨어져 있었던  건 사실이다"면서 "(그럼에도)주관사 보고서의 '2. 메자닌 투자자의 본건 프로젝트 매입'이라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DIL을 선언하게 되면 메자닌 투자자의 프로젝트 매입 권리가 상실되는 만큼, 메자닌 투자자에게 DIL에 따른 손실 리스크를 오해하거나 착각하게끔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 소송은 2021년 시작된 후 지난해에만 다섯 차례 변론을 통해 증인 신문이 이뤄졌고, 올해 들어 두번째 변론이 진행됐다. 이번에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에서 해외 대체투자 운용, 판매 경력이 10년 이상인 전문가다. 그 동안 출석한 증인 3명이 모두 원고나 피고 측 인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언의 객관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을 거친 뒤, 투자계약서를 작성한 변호사 출신 증인 추가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추가 증인 신문이 불필요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연내 1심 판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소송에는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린이 참여하고 있고, 현대차증권은 법무법인 한결을 소송대리인으로 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김·장 법률사무소 소속의 박찬익, 조근아, 곽병훈, 조원경, 김정 등을 비롯해 법무법인 태평양 강동욱, 김은열 변호사 등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NH투자증권은 법무법인 화우를 소송대리인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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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깍두기 2023-10-30 05: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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