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1.6억불 美가스발전소 투자자 기망"
상태바
"메리츠증권, 1.6억불 美가스발전소 투자자 기망"
  • 김현동 기자
  • 승인 2023.12.22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메리츠증권, 자체자금 3천만불 투자결정했다가 내부심사 후 투자철회
투자자 IM에 인허가 취소 등 핵심 리스크요인 누락
"메리츠증권, 투자자 기망 요소 있다"

[프레스나인] 1억6000만달러의 미국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투자 프로젝트의 국내 판매사였던 메리츠증권이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 등의 투자자들을 속인 정황이 법적 공방 과정에서 드러났다. 메리츠증권은 주관사에게 고유자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가 자체 심사 후 투자를 철회했으면서,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설명서(IM)에는 핵심 리스크 요인을 누락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21일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하나대체투자운용 간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롯데손보 측은 메리츠증권이 해당 프로젝트의 주관사였던 모건스탠리증권에 보낸 투자의향서와, 메리츠증권의 내부 심사보고서를 통해 메리츠증권의 기망행위를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은 미국 텍사스주 프론테라(Frontera)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투자 프로젝트의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에 1억6000만달러의 투자의향서를 발송했다. 투자의향서에는 메리츠증권의 고유자금 3000만달러와 하나대체투자운용을 통한 펀드 설정과 투자자 모집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2019년 1월24일 열린 메리츠증권의 심사위원회는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투자 건에 대해 D4 등급을 결정했다. 메리츠증권의 심사위원회에서 D4 등급은 D1~D4 등급에서 가장 낮은 등급으로 투자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내부 심사보고서 D4 등급이 나오면서 메리츠증권은 고유자금 투자계획을 취소했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심사보고서에서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투자의 리스크 요인으로 원리금 회수의 어려움과 현지 당국의 발전소 인허가 취소를 들었다. 심사보고서는 발전소 가동률과 스파크 스프레드(spark spread) 2%포인트 하락에도 원리금 회수의 어려움이 있고, 정부 당국이 발전소 인허가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투자 위험을 지목했다. 그렇지만 투자실사를 담당했던 EY한영 회계법인이 수익자들에게 보낸 IM에는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IM에는 현지 당국의 인허가 리스크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린은 "메리츠증권은 본인의 투자 안건은 높은 디폴트 위험과 발전소 인허가 위험으로 부결했다"면서 "그러면서 원고(롯데손보)에 준 IM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메리츠증권의 행위에는 기망의 요소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이 본인들은 투자대상의 리스크 요인을 분명히 알고서 투자를 취소했으면서도, 롯데손해보험, 한국거래소, KDB생명, 교직원공제회 등의 투자자에게는 이런 요인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판매·운용사인 메리츠증권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통해 롯데손보와 KDB생명은 각각 5000만달러, 3000만달러를 출자해 전액 손실을 봤다. 이와 관련해 KDB생명은 지난 11월 메리츠증권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한국거래소와 교직원공제회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리츠증권은 내부심사보고서의 D4 등급의 의미에 대해 "내부 등급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번 사건은 롯데손보가 지난해 11월3일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고, 올해 6월과 8월 두 차례의 걸쳐 변론이 진행됐다. 내년 2월 두번째 변론준비기일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에는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펀드는 미국 텍사스주 프론테라 가스발전소 운영자금 제공 목적으로 조성됐다. 2018년 PEF 블랙스톤이 후순위 메자닌대출을 추진했고, 모건스탠리증권을 통해 메리츠증권이 1억6000만달러의 펀드조성 의향서를 발송해 성사됐다. 메리츠증권은 하나대체투자운용을 통해 펀드를 설정하고, 국내 기관투자가를 모집했다. 해당 펀드에 롯데손보와 KDB생명, 한국거래소, 교직원공제회 등이 투자했다.

2020년 12월 가스발전소의 선순위 대출에 대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서 후순위인 메자닌대출의 EOD가 뒤따랐다. 이후 프론테라 가스발전소는 회생 절차를 밟았고 2021년 8월 펀드는 대출채권 전액을 상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