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서울고등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판결문을 경정했다. 최 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각각 35.5배와 125배로 바로잡았지만,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주문은 유지했다. 최 회장 측은 치명적인 오류라고 지적한 반면, 노 관장 측은 침소봉대라며 일축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문을 일부 경정해 정본을 양측에 다시 송달했다. 재판부가 전날 최 회장의 "재산분할과 관련해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최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1998년 5월 당시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 중 1998년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를 100원으로 적은 것을 1000원으로 수정하고, 최 회장이 대한텔레콤 주가 상승에 기여한 부분도 355배에서 35.5배로 고쳤다. 단, 1조3808억원대 재산분할 액수와 비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상고를 통해 재산분할 금액 감소와 함께 파기환송심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재판부 경정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인정했다는 것”이라며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 관장 측은 "SK C&C 주식 가치의 막대한 상승은 그 논거 중 일부"라며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SK C&C 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노 관장은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며 "차라리 판결문 전체를 국민에게 공개해 그 당부를 판단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 최 회장이 입장을 밝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가 재산분할과 관련한 주식가치를 수정하면서 향후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조계 의견은 상이하게 갈린다. 보통 재산 분할은 1·2심이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해 법리 오류만 판단하는 대법원에서는 판단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과 단순 계산 오류를 넘어 재판부 판단까지 뒤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 양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