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과장 측 "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
[프레스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중 1조38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이 뒤집어졌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노 관장 측이 SK그룹의 성에 기여한 바가 있어 최 회장의 SK 지분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다"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산 형성 과정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에 유입된 사실이 인정되고, 주식을 포함한 최 회장의 모든 재산이 분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2심의 쟁점은 최 회장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느냐였다. 앞서 1심은 최 회장의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선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서 증여·상속으로 물려받은 특유재산, 노 관장 측은 혼인 후 회사 합병으로 SK의 최대 주주가 됐으므로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라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결국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SK주식 가치가 증가하는 데 있어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K를 비롯해 부부 공동재산은 혼인생활 중 생성됐다”며 “SK 주식과 관련해서는 선대 회장과 현 회장의 경제활동 기여가 크게 작용해 당시가치가 1주당 100원에서 1주당 16만원 정도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3800억원의 재산분할과 함께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를 훌쩍 넘는 액수다. 이에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 후 김희영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관계 유지 등으로 219억원 이상을 지출했다"며 "혼인 파탄의 정신적 고통을 산정한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한편, 노 관장 측 변호인으로 참석한 김기정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혼인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은 굉장히 복잡하고 기록도 방대하고 증거도 엄청나게 많았다”며 “특히 거짓말이 굉장히 많았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