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대한민국 신약시대 이끈 큰별
상태바
故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대한민국 신약시대 이끈 큰별
  • 최원석 기자
  • 승인 2020.08.02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형 R&D로 글로벌 수준 제약사로 '우뚝'
위기 때마다 특유의 선구안으로 돌파

[프레스나인]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80)은 제네릭의 내수 시장에서 신약의 해외진출로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R&D) 판도를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임 회장의 산업정책 변화를 읽는 시야와 한국형 R&D라는 선구안에 힘입어 130년 국내 제약업력에서 비교적 짧은 역사의 한미약품은 글로벌 수준의 제약사로 올라섰다.

임성기 회장은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시작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했다.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에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다.

의약분업이란 처방은 의사로 조제는 약사로 의료 역할을 분할하는 정책이다. 약국을 찾던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전문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한 반면 일반의약품 시장은 침체됐다.

임 회장은 의약품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본격적으로 전문의약품 사업을 강화한다. 일반의약품 사업 위주였던 제약사들은 정책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하향길을 걸은 반면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개발과 공격적인 병·의원 영업으로 의약분업 이후 눈부신 성장을 이룬다.

2009년 국내 개량신약 1호인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 개발은 한미약품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아모잘탄은 한미약품 R&D의 신호탄이자 개량신약 시대를 연 상징적인 의약품으로 평가된다.

임 회장은 아모잘탄의 성공을 계기로 독특한 R&D 조직을 구상한다. 개량신약과 혁신신약 연구소를 이원화시키는 방식이다. 단기 먹거리이자 내수 중심의 개량신약과 장기 먹거리이자 글로벌 중심의 혁신신약 R&D 완전히 분리시키겠다는 게 임성기 회장의 지속성장을 위한 R&D 투트랙 전략이다. 이른바 '한국형 R&D 전략'이다.

한미약품 R&D는 전통적으로 제제연구소 중심으로 돌아갔다. 제제연구소가 개량신약 개발을 주도하며 주요 수익창출원 역할을 했다. 개량신약으로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혁신신약 R&D로 투입했다. 이해 관계의 충돌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기 위해 R&D 조직을 이원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제약업계 스스로 신약 R&D의 역량을 평가절하하며, 주제넘는다는 한미약품에 대한 경쟁사의 빈축에도 신약 R&D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임 회장의 사업 선구안을 또 한번 입증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제네릭만으로도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시기였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는 '제네릭 시대의 종말'과 동시에 '신약개발과 해외진출 시대'를 연 정책으로 꼽힌다. 일괄 약가인하는 제네릭의 보험약가를 절반(53.55%) 수준으로 인하하는 정책이다. 제네릭이 더 이상 돈이 되지 않자 제약사들은 신약개발과 해외진출에 매달렸다.

2015년은 국내 제약업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한해로 꼽힌다. 임성기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무려 총 7조원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터트리며 '신약 잭팟'을 터트린 것이다.

이후 기술수출 계약이 줄줄이 해지됐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 가능성을 한미약품이 열었다는 점은 제약업계가 인정하는 공로다. 내수 시장 둔화로 침체기에 빠졌던 제약사들이 공격적인 R&D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에 올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한미약품은 항암과 비만·당뇨, 희귀·난치성질환, 면역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약 30여개의 혁신신약을 개발하며 국내 최다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제약사로 성장했다. R&D 투자비(2100억원)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성기 회장은 '한국형 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며 일생을 헌신했다"며 "그가 제약업계에 남긴 족적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임종윤∙임종훈씨, 딸 임주현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확정되는대로 추후 알릴 예정이며, 발인은 8월 6일 오전이다. 유족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