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CDMO 투자금 2000억엔 조달...삼바 1위 입지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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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CDMO 투자금 2000억엔 조달...삼바 1위 입지에 도전장
  • 임한솔 기자
  • 승인 2024.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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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CDMO 매출 7000억엔 목표...항체의약품 점유율 10~20% 전망
CGT, ADC, mRNA 등에도 진출...삼성바이오로직스 닮은 행보 눈길

[프레스나인] 후지필름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생산시설 증설을 통해 급증하는 의약품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매출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플랫폼에도 적극 진출한다. 세계 1위 생산능력을 갖춘 CDMO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 구도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후지필름홀딩스는 7월 내 2000억엔(약 1조7100억원) 규모 소셜본드(사회적가치채권)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 내 소셜본드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ESG 채권의 일종인 소셜본드는 사회문제 대응 사업 및 취약계층 대상 지원 사업으로 자금 용도가 한정된다. 후지필름은 소셜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CDMO에 투자함으로써 난치병, 희귀병 등에 사용되는 바이오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생산거점 신설, 인수합병(M&A), 설비투자 등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CDMO 투자 방침을 이번에 처음 공개한 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CDMO를 육성해 왔다. 계열사 후지필름다이오신스(Fujifilm Diosynth Biotechnologies)가 중심이다. 후지필름다이오신스는 2019년 바이오젠으로부터 덴마크 힐러뢰드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홀리스프링스에도 생산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2개 공장 모두 대량생산에 적합한 2만리터 규모 대형 반응기(바이오리액터)를 활용한다. 기존에 2만리터 바이오리액터 6개를 보유했던 힐러뢰드 공장은 순차적으로 바이오리액터 14개를 추가해 생산능력을 2026년 40만리터까지 끌어올린다.

홀리스프링스 공장의 경우 2025년 먼저 바이오리액터 8개, 16만리터 용량을 갖춘다. 여기에 2028년 16만리터를 또 추가한다는 계획이 올해 4월 나왔다. 신규 투자 금액은 12억달러(약 1조6600억원)에 이른다. 이번 소셜본드 발행으로 조달하는 자금이 여기에 투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확정된 투자계획을 종합하면 후지필름다이오신스는 2030년 2만리터 바이오리액터 36대, 72만리터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내부적으로 항체의약품 시장 점유율이 기존 한 자릿수 중후반대에서 10~20% 수준으로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후지필름 CDMO 증설 로드맵. 자료/후지필름
후지필름 CDMO 증설 로드맵. 자료/후지필름

후지필름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차세대 플랫폼 진출도 준비하는 중이다. 초기에는 힐러뢰드 공장, 홀리스프링스 공장 이외의 중소 규모 생산시설들을 활용해 기반을 닦을 것으로 보인다. ADC의 경우 2026년 일본에서 엔드투엔드 CDMO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일본 내 첫 CDMO 거점인 도야마 공장을 활용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경쟁사의 추격에 대응해 마찬가지로 증설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생산능력 ‘초격차’를 유지해 CDMO 생산능력 세계 1위의 입지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현재 인천 송도 1~4공장을 통틀어 60만4000리터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1~4공장이 위치한 제1 바이오캠퍼스 다음으로 제2 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하는 중이다. 약 7조5000억원이 투자되는 제2 바이오캠퍼스의 첫 시설인 5공장은 2025년 4월 완공 예정이다. 5공장 완공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78만4000리터로 늘어난다.

차세대 플랫폼 쪽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상업화 수준에 이르렀다. 일찌감치 mRNA 원료의약품 생산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ADC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중이다. ADC 생산시설은 올해 연말까지 가동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양사의 전략이 재무적 측면에서 어떤 성과를 낳을지도 관심이다. 당장 매출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위에 있다.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후지필름 CDMO 매출은 2034억엔(약 1조7400억원)이었다.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매출(삼성바이오에피스 제외) 2조9517억원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앞으로는 어떨까. 후지필름은 2023년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4.8%에 머물렀다. 하지만 향후 바이오리액터를 순차적으로 가동함에 따라 매출 그래프가 가팔라질 예정이다. 2026년 3550억엔(약 3조400억원), 2030년 7000억엔(약 6조원) 등의 매출 목표치를 잡아뒀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꾸준히 성장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후지필름과 매출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2026년만 돼도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매출이 4조원대 후반에 진입하고 많게는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자료/후지필름 IR 자료 및 증권사 분석 종합

CDMO 시장은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R&D)과 생산 분업화 흐름으로 인해 지속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 규모는 2022년 202억8000만달러에서 2028년 477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자연히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론자, 카탈란트, 베링거인겔하임 등 기존 업체들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을 비롯한 신흥 강자들이 자리잡아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변수도 많다. 올해 들어 노보노디스크가 카탈란트를 인수하는 한편 미국의 중국 견제로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또 롯데그룹이 신규 CDMO 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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