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무게중심 이동…시장 성장에 '오리지널 확보' 노려
[프레스나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P-CAB(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약물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후발주자인 대원제약이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지난 9일 건강한 성인 자원자를 대상으로 DW4421 투여 시 안전성, 약동학 및 약력학적 특성에 음식물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1상 시험을 승인 받았다.
대원제약은 지난 5월 일동제약의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와 P-CAB 신약 후보물질 ID120040002의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에 따라 대원제약은 ID120040002와 관련한 향후 임상개발을 수행하고, 해당 물질에 대한 허가 추진 및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5개월여 만에 대원제약이 첫 임상시험을 승인 받은 것으로, 이미 유노비아가 진행 중인 임상2상과 별개로 대원제약이 새로운 임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대원제약이 DW4421의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P-CAB 제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제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첫 P-CAB 제제인 HK이노엔 '케이캡'이 처음 출시됐던 2019년의 경우 3월 이후 연말까지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원외처방 규모는 8001억 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케이캡의 실적은 304억 원으로 점유율은 3.8%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케이캡의 실적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 대웅제약 '펙수클루'가 시장에 나타나면서 P-CAB 제제의 점유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모습으로, 올해 2분기에는 P-CAB 제제의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P-CAB 제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PPI 제제 대비 탁월한 효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PPI 제제의 경우 활성화 과정을 거친 후 약효가 발현되기 때문에 약효 발현 시간이 느리고 반감기가 짧아서 야간 위산분비 돌파(nocturnal acid breakthrough, NAB)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음식물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복에 섭취해야 해 환자의 불편이 있었다.
반면 P-CAB 제제는 활성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복용 후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짧고, 반감기가 길어 야간 위산분비 돌파를 완화하는 데 유리하며, 식사와 상관 없이 복용할 수 있어 편의성에서도 앞선다.
이에 따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무게중심이 PPI 제제에서 P-CAB 제제로 이동하고 있는 것.
문제는 이미 케이캡과 펙수클루를 비롯해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까지 출시돼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원제약은 유노비아의 임상을 감안하더라도 개발을 완료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데, 먼저 제품을 출시한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해 상대적으로 대원제약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원제약이 P-CAB 제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시장 자체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1년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2666억 원까지 성장했다. 여기에 P-CAB 제제의 점유율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P-CAB 제제 시장 규모가 당분간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요 17개국의 P-CAB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876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대원제약은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오리지널 품목을 확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이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연구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